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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10/09 00:00:00  서영석




뮤지컬 골리앗에 밀려나는 연극 다윗
수준 높은 공연으로 관객들 만족시켜야 / 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10여 일 동안 대학로를 비롯한 여러 공연장의 연극무대를 돌아보며 많은 연극인, 관련 문화 예술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부분 최근 침체된 연극공연의 실정에 대해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대학로를 비롯한 연극 무대는 뿌리까지 흔들려 고사 직전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텅 빈 연극 객석과는 달리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거대 공룡, 뮤지컬과의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연극과 연극인들의 미래는 어떻게 규정지어질 것인가. 또 고된 연극적 현실을 타개해 나갈 해결책은 무엇일까, 필자가 만난 연극인들은 그 근본적 문제가 연극인 내부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훌륭한 작품(대본)과 좋은 배우, 열정적인 스탭들이 만든 공연은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반면 얄팍한 상업주의에 물들어 작품성도 없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소수의 연극인들이 관객들을 극장 밖으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이다.


풀어나가야 할 수많은 명제들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이 칼럼을 준비하면서 보았던 10여 편의 공연 중에 우리 연극의 자생력을 발견할 수 있는 수작이 있어 큰 위안이 되었다. 그 가운데 두 편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우선 서울시립극단에서 무대에 올린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그간 필자가 서울시립극단에 대해 지니고 있었던, 관변단체라는 불신을 털어내기에 손색이 없을 훌륭한 공연이었다. 한동안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던 초가을 도시의 답답함을 털어내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투명하게 다가온 공연이었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소극(Farce, 배우들이 억지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낮은 수준의 코미디 연극)으로 풀어낸 연출의 의도가 돋보였고 무대 경험이 풍부한 연기자들의 앙상블은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에 잡아놓기에 충분했다. 작품이 지니고 있는 탄탄한 구성에 연출의 새로운 재미적 요소,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외, 내형적 유리한 조건들이 하나의 걸출한 작품으로 완성시켰던 공연이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웃음에만 집착한 연출 의도였다. 관객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었던 반면 경박함의 미학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세계적 문호인 세익스피어에 대한 의아심을 불러일으키게 할 소지가 다분했다. 또 상징적인 무대는 사실주의적 연기와 언밸런스를 이뤄 극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에 미흡했다.



공연에서 밥티스타 미놀라(말괄량이, 캐서리나의 아버지) 역을 맡았던 김신기를 막이 내린 후 만나보았다. 이미 서울시립극단의 중견배우로 자리잡은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대학시절 무용을 전공했던 그는 연극을 위한 공부를 위해 무용과를 지원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저도 아직은 연기공부를 하는 입장이라 뭐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후배들의 연기 열정이 아쉽다”며 “그래도 대학로의 배우들보다는 편안한 연기생활을 하는 시립극단의 배우들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이한 태도가 못마땅하다”고 투덜거린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공연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소극장에 올려진 세계적 희곡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였다. 에드워드 올비는 <동물원 이야기><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극작가로 퓰리처상을 3번이나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공연은 작가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각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최고 수준이었다.

연출가 신호(용인송담대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체코 유학 당시 프라하에서 이 작품을 보고나서 귀국 후 이 작품의 국내 소개에 뜻을 품었다. 하지만 극중 동성애, 수간(獸姦) 등 우리 현실에 아직은 거리감이 있는 상황들이 관객들에게 수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선배들은 우리의 관객들 수준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고 이에 용기를 얻어 제작에 열을 올렸다.

2007년에 초연된 이 연극은 2007젊은예술가지원사업선정작, 한국평론가협회 Best3 선정, 한국연극Best7 선정,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국내초청작, 2008 동아연극상 심사대상작 등에 선정되는 등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최고의 건축설계사로 성공한 마틴(오달수 분)이 염소에게 사랑을 느끼고 관계를 한다는 작가적 상상력과 극을 끌고 가는 탄탄한 구성은 에드워드 올비가 세계적 작가라는 명성을 확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동물과의 수간에서 삶에 새로운 희열을 갈구하는 마틴에게 부인 스티비(임선희 분)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절규한다. “당신은 나를 파멸시켰고 나는 당신을 파멸시킬 것이다.” 스티비는 남편의 상대인 염소(실비아로 지칭)를 죽인 후 시체를 끌고 와 남편 앞에 내동댕이친다. 스티비는 염소의 살해에 어떠한 도덕이나 윤리적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실감할 수 있다. 만약 그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스티비는 그 여자를 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고 관객에게 우리 인간들의 배신한 사랑에 대한 결심을 묻는다.

좋은 대본과 세심한 연출력은 극의 완성도를 완벽할 정도의 수준까지 끌어 올렸고 배우들의 대본 이해력은 상호 앙상블에 있어서도 모자람이 없었다. 물론 부분적으로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러한 수작의 공연들이 대학로를 비롯한 각 극장에 올려진다면 우리 연극계의 미래는 대단한 희망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후 만난 연출가 신호는 이 연극으로 많은 상을 탔지만 아직 묘연한 우리 연극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호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기획의 부재”라며 “연출이나 배우에 비해 기획 쪽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는 연극계의 숙제”라고 강조했다.

국내 연극계의 현실이 우울하기는 하지만 신호 같은 연출가, 김신기 같은 배우가 대학로 곳곳에서 연극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대학로를 걷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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