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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10/30 00:00:00  이근형




토트넘의 실패로 다시 돌아보는 EPL 시장의 문제점
무분별한 자본 유입과 알맹이 없는 개혁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다른 리그 팬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은 비단 우리나라 축구 팬들의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터. 작금 세계 축구에서 가장 돈이 많이 몰리고, 시장 체계가 집중되어 있는 리그를 꼽으라 한다면 그 누구도 주저하지 않고 프리미어리그를 택할 것이다. 특히나 2004년 즈음 이후부터는 그 정도가 심했다. 이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러시아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인수로 인한 시장 포화 상태, 그것으로 시작된 고차원 자본의 유입이라고 평가한다. 사실상 러시아의 ‘오일 머니’ 가 프리미어리그 포화 상태를 불러일으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는 1990년대 발족 이후 끊임없는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첼시 제국의 건립 이후부터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를 누비는 것이 일상화 되었고, 그러면서 프리메라리가나 세리에 A와 함께 3강 구도를 가지고 있었던 세계 리그는 어느새 프리미어리그로 완전히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결코 프리메라리가와 세리에 A가 방심했다고 볼 수는 없다. 경제계 인물들은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에서 느낀 부자 구단의 매력, 그리고 이름값 하는 축구선수들을 모으는 것에 재미가 들려 그 쪽으로 과감한 투자를 던졌을 뿐. 물론 프리미어리그에도 적자 구단이 꽤 많다.


이렇게 되면서 언론을 비롯한 방송, 스폰서 회사와 더불어 팬들의 이목은 프리미어리그로 완전히 고개를 돌렸고, 그러면서 지금의 08/09 프리미어리그, 말 그대로 움직임 하나하나가 돈이 되는 선수들이 득실거리는 ‘쩐의 전쟁터’ 가 되어버렸다. 특히나 상업적인 면에서 타 리그에 비해 돈이 많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구단의 스폰서나 경제적 가치,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들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갖추게 되는 프리미어리그가, 자본이 터무니없이 몰리니 그 정도는 심각해졌다. 그래서 사실상 어느 클럽의 작전상에 필요없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난입, 그리고 단지 이름값만으로 사령탑에 오르는 외인 감독들이 줄을 이었다.



야망의 토트넘 홋스퍼, 세비야 명장 라모스를 알현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전상 맞지 않은 스타 플레이어들과 감독들이 프리미어리그 클럽들로 속속들이 들어왔다고 했다. 물론 성공한 사례도 있다. 바로 현재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 사령탑에 들어가 팀을 최정상으로 이끌고 있는 포르투갈 명장 주제 무리뉴 말이다. 중점이라면 무리뉴의 케이스는 특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07/08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탁신 치나왓 전 태국 총리의 구단주 선임으로 인해 야심차게 전(前) 잉글랜드 사령탑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을 영입했다. 에릭손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는 팀의 기량에 비해 호성적을 기록했으나, 거의 리그 준우승에 다다르는 과도한 욕심의 맨체스터 시티 수뇌부의 작전에 맞지 않아(?) 에릭손 감독은 한 시즌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여기에 자극을 받았던지, 05/06 시즌부터 계속 리그 5위를 기록한 런던 연고지의 토트넘 홋스퍼 역시 수뇌부의 개혁을 외쳤다. 그러면서 07/08 시즌 중반기까지 감독을 역임하며 토트넘의 갈지자 걸음을 초래했던 네덜란드 출신의 마틴 욜 감독을 내치고, 프리메라리가 세비야의 감독으로서 말 그대로 유럽 축구의 뜨거운 감자인 후안데 라모스(스페인) 감독에게 러브콜을 던졌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야 세비야에서 거둔 그의 커리어는 충분히 대단했다. 05/06, 06/07 UEFA컵 연속 우승에다가 2006년 UEFA 슈퍼컵 우승과 2007년 동대회의 준우승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매 시즌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위협하며 리그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다.


물론 라모스 감독을 소유하고 있던 당시의 세비야와, 그를 데려오려고 자본을 두둑히 모았던 토트넘 간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게다가 라모스 감독의 토트넘행 루머가 떠돌 때, 일각에서는 프리미어리그의 중위권 클럽인 토트넘이 어찌 라모스 감독이라는 유능한 명장을 데려올 수 있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 사령탑의 계약서에 멋들어지게 사인을 했다. 그러면서 07/08 시즌 도중 토트넘 지휘봉을 맡아 어느새 토트넘 팀 컬러인 진한 청색의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작금 세계 축구의 트렌드인 프리미어리그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라모스 감독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색다른 모험을 하고 싶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라모스와 토트넘의 갈등 (1) - 언어, 문화적, 스타일 문제


세비야를 연속 UEFA컵 정상에 오르게 하고, 프리메라리가에서도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위협할 정도로 세비야로 하여금 날카로운 예봉을 지니게 했던 라모스 감독의 토트넘행이라. 문장으로만 표현해도, 마치 토트넘이 라모스 체제에 의해 프리미어리그의 소위 말하는 ‘빅 4’를 위협할 수 있는 여건이 준비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능한 선장을 데려온다고 해서 토트넘이라는 배가 넓은 바다로 나갈 수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엉뚱하게도 토트넘호는 산으로 넘어가버렸다. 물론 07/08 칼링컵 결승에서 첼시를 누르고 극적인 우승을 거머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하지만 토트넘은 주지하다시피 지금껏 08/09 시즌 1승에 그치는, 꼴등 클럽이다.


왜 라모스 감독이라는 현명한 조타수를 두고도 이렇게 토트넘이 망했을까. 전문가들은 첫 번째 요소로, 스페인 출신의 라모스 감독과 토트넘 측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토트넘에 부임하고 나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영어를 구사할 줄 모른다”며 영국 언론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영어를 기본적으로 구사할 줄 아는 축구인이 특별히 우대받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라모스 감독은 스페인어만 구사할 줄 아니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 발언 이후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과 함께 라모스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영어 못하는 사령탑” 으로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놀잇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통역관이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심각성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어 영어에 문제가 없는 거스 포옛(Gus Poyet) 우루과이 출신 1군 코치가 그나마 있었기에 망정이지, 라모스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언론과의 경기 종합 인터뷰 등의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령탑의 중심인 라모스 본인이 직접 경기의 결과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데, 거스 포옛 코치가 그것을 대신하니 중심축이 잡히질 않았다. 토트넘 팀 훈련에서도 라모스 감독은 선수들과의 정신적 교감이 원활하지 못했고, 결국 토트넘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실패했다. 게다가 라모스 감독은 UEFA컵 연속 제패가 말해주듯, 단기전의 승부에 강하다. 30여개 이상의 라운드를 소화하며 호성적을 바라는 토트넘으로선, 라모스 감독의 이러한 성향에 맞질 않았다.



라모스와 토트넘의 갈등 (2) - 선수 운용의 잘못된 선택


두 번째 요인, 어쩌면 이것은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가져올 수도 있다. 결과론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서는 08/09 시즌이 끝나봐야 명확히 판단할 수 있지만, 어쨌거나 현재의 흐름 역시 토트넘의 성적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일찍이 결과를 내려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바로 선수 운용에 대한 마찰이었다. 주지하다시피 토트넘은 클럽의 ‘올해의 선수상’ 3번 등극에 빛나는 아일랜드산 포워드 로비 킨(Robbie Keane) 을 리버풀로 내줬고, 06/07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이자 2000년대 토트넘 사상 최고의 타깃맨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불가리아) 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나보냈다. 더불어 저메인 데포도 포츠머스로 보냈다. 자연스럽게 이들의 공백을 차차 메우며, 주변의 심각한 의구심을 잠시간 잠재웠다.


로비 킨, 베르바토프, 데포 등을 떠나보내도 토트넘에게는 비빌 언덕이 있었다. 먼저 바르셀로나 유소년 클럽 출신의 멕시코 대표팀 포워드 히오바니 도스 산토스를 데려왔고, 프리미어리그 중견급 공격수 대런 벤트 역시 토트넘 유니폼을 입혔다. 여기에다가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의 스타이자 러시아가 자랑하는 스트라이커 로만 파블류첸코까지 영입하며 풍부한 공격진을 마련했다. 토트넘의 쇼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골키퍼 자리에는 폴 로빈슨을 블랙번으로 내치고, PSV 에인트호번 출신의 수문장 에우렐류 고메스를 데려왔다. 역시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요한 크루이프의 재림’ 이라고 불리우는 크로아티아 중앙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를 영입했고, ‘제 2의 베컴’ 이라는 호평을 받는 윙어 데이비드 벤틀리까지 흡수시켰다.


이외에도 07/08 시즌 조나단 우드게이트 영입과 함께 박차를 가하며 맨체스터 시티 주전 오른쪽 사이드백 베드란 촐루카(크로아티아) 까지 끌어들이며 수비진을 탄탄하게 보강했다. 이도 저도 아닌 애물단지 역할을 했던 이영표 선수는 과감하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팔아버리고 말이다. 이렇게 나열해보고 나면, 토트넘의 이적시장 쇼핑은 가히 성공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08/09 시즌을 목전에 두고 축구 전문가들은 “라모스 체제의 토트넘이 새 판을 짜고, 그러면서 빅 4의 아성을 뛰어넘을 듯” 이라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축구를 잘 아는 팬들이라면, 레알 마드리드의 갈라티코 정책에서 드러나듯, 과도한 개혁과 스타 플레이어 추구는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토트넘에 오기 전 각자의 파트에서 호평을 받았던 최고의 기량을 가진 자원들이었고, 언젠가는 큰 무대에서 그들의 이름이 만방에 떨치는 날이 올 것이 틀림없었다. 이들은 그렇게 자본이 중앙으로 몰렸던 트렌드의 토트넘을 선택했고, 더군다나 라모스 감독의 네임 밸류를 믿고 북런던으로 향했다. 하지만 첫 번째, 08/09 시즌을 앞두고 너무 급작스럽게 모인 터라 손발이 맞지 않았다. 특히 촐루카 같은 경우에는 이적 시장을 만 하루 남기고 급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어긋난 퍼즐이나 다름없었다. 두 번째, 토트넘의 전체적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사실상 토트넘의 조타수는 저메인 제너스는 루카 모드리치의 투입으로 인해 볼 배급에 있어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일쑤였다. 게다가 베르바토프의 잔상이 남아, 누군가는 제대로 볼을 가질 줄 아는 타깃맨이 필요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08/09 프리시즌에서 AS 로마를 맞아 그들을 대파하며,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벤틀리는 오른쪽 날개와 중앙을 부지런히 오가며 양질의 패스 및 위협적 중거리 슛을 과시했다. 하지만 벤틀리는(물론 거의 모든 선수들이 그렇지만) 토트넘이 리그 첫 라운드에서 흔들리자 토트넘을 의심하는 마음이 생겼고, 그러면서 팀에 대한 충성심이 사라지면서 언론을 통해 토트넘을 비판하는 일까지 곁들여졌다. 토트넘 소속으로서 자기 자신이 예전에 몸담았던 라이벌 아스날을 복수하겠다라는 목표는, 토트넘의 생각지 않은 부진 때문에 시들해져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파블류첸코는 부상을 당해 벤치를 달궈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선수 운용의 문제였다.



‘토트넘 사태’ 로 돌아보는 프리미어리그 시장 포화 상태의 비판


토트넘 홋스퍼는 야심차게 08/09 시즌을 준비했고, 완전 다국적 구단으로 변신하면서 파이팅을 외쳤다. 하지만 지금 토트넘의 위치는? 이제서야 리그 1승을 거두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현실은 프리미어리그 최하위다. 이대로 계속 정체되었다간 다음 시즌 챔피언십리그(2부 리그격) 로 강등될 각오는 해야 한다. 외국 자본의 무자비한 끌어들임과 오로지 네임 밸류만 믿고 선임한 라모스 감독의 결과물은 결국 이렇게 처참한 비극으로 끝났다. 이로써 토트넘은 라모스 감독을 한 시즌 만에 경질했고, 포츠머스 성공 신화를 이끈 해리 레드냅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레드냅 감독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의 토트넘을 리빌딩 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프리미어리그 시장 포화로 인한 ‘토트넘 사태’ 다. 일각에서는 이외에도 마이클 캐릭의 06/07 맨유 이적으로 인한 유능한 중앙 미드필더의 부재를 꼽는 쪽도 있고, 결과론적으로 토트넘 선수 영입의 경제적 측면을 담당하는 프랑스 출신의 다미앙 코몰리(Comolli) 이사의 실수라고 언급한다. 어쨌거나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프리미어리그 포화 상태로 인한 유능한 선수를 외면하고 네임 밸류만 따지는 생각, 그리고 과도한 쇼핑이 토트넘 사태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이렇게 해서 현재 영국 축구계에서는 토트넘으로 비롯되는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무분별한 자본 유입과 알맹이 없는 개혁에 대해 자성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첼시의 성공 신화를 꿈꾼다. 첼시야말로 근래 들어 프리미어리그 구단들 중,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와 자본 유입의 요소의 측면으로 볼 때 가장 이상적인 행보를 걸어왔던 구단이기 때문이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아낌없는 지원, 그러면서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들의 첼시행과 주제 무리뉴 감독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끌어들이며 일단 잡히는 트로피는 거의 다 수집했던 바로 그 행보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일차적으로 아브라모비치의 재력에 무게를 둘지 몰라도, 어쨌거나 무리뉴 감독이라는 희대의 인물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철저한 스쿼드 보강과 완벽한 전술, 그리고 선수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끈끈한 유대감이 첼시를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와 비슷하게 치장을 했을 뿐, 그 어느 것도 첼시와 같은 길을 걷지 못했다. 최소한 감독이라는 사람이 선수들을 대변하고, 그리고 팀을 대변해서 (구설수에 오르더라도)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는데, 라모스 감독은 그렇지 못했다.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스 포옛 코치에게 언론 노출을 맡겼으며, 라모스 자신은 그냥 토트넘에서 주는 연봉대로 오합지졸의 팀을 이끌 뿐이었다. 그러니 토트넘이 유능한 자원들을 모아놓고도 갈지자 걸음을 걸을 수밖에. 이것은, 첼시라는 팀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그들을 진심으로 안아주었던 무리뉴 감독과 비교할 수 없다. 토트넘 사태는 말 그대로 돈만 바라보고 모인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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