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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2/12 00:00:00  안정숙




야생 동식물의 낙원 세계자연유산 로열치트완
세계의 지붕 네팔 기행 ① / 안정숙


 


     

[인터뷰365 안정숙] 네팔하면 모두들 에베레스트가 있는 만년설의 히말라야를 연상한다. 하지만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남쪽으로 160km,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위치한 국립공원 로열치트완은 만년설과 또 다른 자연이 물려준 네팔의 무한한 관광자원이다. 마치 아마존과 아프리카 밀림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이 광활한 아열대 평원의 밀림으로 우거진 녹색지대는 한마디로 동물의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치트완은 아시아의 세렝게티나 다름없다. 

노란 유채밭이 장관인 평원을 지나 강을 따라 밀림으로 들어가기 위해 선착장에 도착하자 거대한 원목을 통째로 깎아 만든 통나무 카누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기했다. 강에는 악어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악어 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카누가 뒤집히지 않도록 네댓 명이 적당한 간격으로 중심을 잡고 앉아 있어야 했다. 강물은 그다지 깊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언제 악어가 공격을 할지 모르니 다들 조용히 하라는 뱃사공의 경고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강안을 따라 펼쳐지는 치트완의 밀림에는 동물원에서나 보았던 우아한 모습의 야생 공작이 먼저 이방인을 반기고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는 듯 사방에는 예쁜 물총새가 가지 위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악어의 보금자리라는 강가의 조그마한 굴을 몇 개 지나자 갑자기 커다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이곳에 서식하는 대형 악어였다. 큰 녀석은 무게 1톤에 길이가 7m가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사방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악어에게 우리는 사냥감이 된 것 같아서 사공의 설명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배가 한쪽으로 자꾸 기우는 바람에 공포심은 극에 달해가고 있었는데 언젠가 한국인 관광객이 데리고 온 애완견을 독수리가 낚아채 갔다는 말은 더욱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맑은 강물에는 울창한 숲이 그대로 비치고 여기저기 떠있는 연두색의 낯익은 부초가 그나마 불안에 떠는 일행을 안심시켜주는 듯 했다. 강 건너 숲과 초원에는 들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가 하면 코끼리 사파리를 하는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눈에 들어왔다.



동물의 왕국답게 치트완공원은 아시아 코뿔소와 벵골호랑이의 마지막 서식지이기도 하다. 수십 마리가 있다는 호랑이는 비록 볼 수 없었지만 육중한 몸집으로 풀을 뜯기 위해 어슬렁거리는 코뿔소를 지척에서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수백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코뿔소를 보자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명언이 문득 생각났다.



공원 안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이 같은 희귀동물 외에도 들소와 멧돼지 원숭이 등 수 많은 야생동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연신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강을 따라 한참 가다보면 멧돼지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숲으로 우거진 거대한 공원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사공의 노 젓는 소리와 새소리뿐, 경이로운 모습의 대자연을 바라보는 사람도 동식물과 다름없이 한낱 자연의 작은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참 동안 작은 카누 위에 조용히 몸을 내맡긴 채 이국의 정취에 젖다가 다시 대지 위로 발을 내딛는 순간 낯선  숲이 장엄하게 펼쳐지며 일행을 맞이했다.



네팔의 삼림은 높이가 수십 미터까지 자란다는 사라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여행 중에 평원 같은 저지대에서 많이 보았던 나무들이 숲을 덮고 있었다. 그 숲 속에 들어서자 맨 먼저 1m가 넘는 높이의 거대한 개미집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보잘것없는 작은 개미가 흙으로 쌓아 만든 건축물은 보기에도 놀라웠다.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말로만 듣던 호랑이 발자국도 볼 수 있었다. 크기가 성인 발자국의 절반 정도 됨직했다. 안내인이 낮에는 호랑이가 출몰하지 않으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저녁노을로 붉게 물든 강물과 숲 속의 작은 호수 같은 늪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수초가 자라는 보랏빛을 띤 것 같기도 한 적갈색 늪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색다른  광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늪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가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코끼리 사육장에서 기르고 있는 코끼리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강 하류로 내려오자 들소무리의 평화로운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물을 건너던 들소 무리의 선두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포즈를 취해 준다.



석양이 드리워지는 로열치트완국립공원은 한마디로 가슴 벅차게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자연유산일수록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때 이곳도 무분별한 삼림채굴과 야생동물의 남획으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한다. 어느 나라건 갈수록 환경보존이 절실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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