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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2/16 00:00:00  안정숙




고산족의 보금자리 젯방 마을 가는 길
세계의 지붕 네팔 기행 ② / 안정숙


 



[인터뷰365 안정숙] 여행의 진수를 맛보려면 그 나라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직접 접할 수 있는 문화체험보다 더 소중한 것도 없다. 젯방 마을은 70개로 이루어진 네팔의 다민족 가운데 하나인 젯방족이 살아가는 산간오지 마을로 우리나라 기독교(감리교)에서 선교의 손길이 미친 곳이기도 하다.

젯방 마을로 가는 길은 간단치 않았다. 카트만두에서 남서쪽으로 100km 거리인 꾸린딸까지 버스로 3시간을 달려야 했다. 도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같으면 1시간이면 달릴 수 있는 거리이다. 빈부격차가 심한 카트만두의 혼란스러운 풍경보다 시골로 갈수록 오히려 주민들의 모습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일정상 꾸린딸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인도와 국경이 접해 있는 석가의 탄생지 룸비니 근교를 지나 마너하리의 재키다라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시골 버스의 운행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듯 가는 둥 마는 둥 운전사 마음대로이다.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속담이 실감났다. 그래도 누구 하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마을의 정거장에 차를 세운 버스 운전사가 핸들을 놓고 어느 새 아이스크림 장수로 바뀌어 승객들에게 치즈처럼 생긴 아이스크림을 잘라 팔기도 한다. 생소한 광경에 놀란 일행이 처음에는 치즈인 줄 착각하자 운전사가 아이스크림도 모르냐며 촌스럽다고 조크를 던지는 바람에 다들 한바탕 웃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운전도 하고 휴식시간의 틈새를 이용해 즐겁게 아이스크림을 파는 운전사의 ‘투잡’은 결코 웃을 일이 아니었다.



버스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거리에 비해 운행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5분이면 갈 거리를 20분은 달리는 식이다. 그래도 젯방 마을로 가는 길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보이는 것마다 새롭고 신기하기 때문이다. 냉장고가 없는 거리의 정육점에 매달린 생고기도 이채로운 모습이다. 길거리에서 마차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어디를 가나 운반과 교통수단은 마차에서 현대식 차량에 이르기까지 원시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재키다라에서 고산족인 젯방족이 거주하는 마을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강변을 따라 다시 한참을 가야 한다. 강줄기를 따라 이루어진 산간오지의 몇 안 되는 가구의 주민들을 위해 그나마 폐차장으로 가고 남을 낡은 버스라도 다니는 게 신통하다. 오염되지 않은 강물은 수정처럼 맑았다. 강가에는 빨래를 하는 여인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60년대 우리네의 시냇가 빨래터를 연상케 하는 정겨운 모습이다.



버스를 타고 강을 가로지르는 것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마침 네팔은 겨울철이고 건기라서 강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버스가 강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가드레일을 대신해 물속의 차도 좌우에 하얀 돌을 식별하기 좋게 늘어뜨려 놓은 것도 이색적이었다. 운전사가 항상 다니는 수중 차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주민들의 눈물겨운 배려였다.




강을 건너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는 곳에 내린 후 목적지인 젯방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2km 정도의 평지를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름 모를 야생화가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려는 듯이 여기저기에서 눈길을 뗄 수 없도록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가다가 지칠만하면 드러나는 외딴 집들은 하나 같이 낭떠러지 위에 위치해 있어 위험해 보이지만 풍치가 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면 마치 한 폭의 풍경화 같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는 도중에 만난 주민들은 놀랍게도 대부분 맨발이다. 등산화조차 미끄러질 판인 흙길을 슬리퍼나 맨발로 오르내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신발을 신고도 힘겹게 올라가는 일행을 무색하게 잘도 걸어 다닌다. 겨울이라지만 한낮에는 기온이 올라가는데다 가져 온 물도 다 먹어 지쳤을 즈음 산 중턱에 산다는 꼬마 두 명이 나타나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10살 안팎으로 보이는 두 소년에게 짐을 맡긴다는 것이 안쓰러워 사양을 하자 자기들의 힘이 더 세다며 한사코 배낭을 빼앗는다.

가파른 산길은 맨몸으로 올라가도 숨이 차다. 일행이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앉아 쉬는 동안에도 꼬마들은 앉을 생각을 않고 꼿꼿이 선 채로 있다.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들과 함께 앉아 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오히려 일행을 안타깝게 여기는 눈빛이었다.



평지라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 거리를 세 시간 남짓한 힘든 산행 끝에 드디어 해발 600m 산등성이에 위치한 젯방 마을에 다다르자 어린 소녀들이 나와 손을 흔들며 미소로  일행을 따뜻이 맞이한다. 티 없이 맑고 순진한 예쁜 그 모습이 마치 천사들을 대하는 것 같다. 푸른 하늘 아래 청정하기 이를 데 없는 첩첩산중의 젯방 마을은 첫눈에 봐도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만큼 한마디로 지상 천국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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