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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2/19 00:00:00  안정숙




가진 것 없어 행복한 젯방족의 삶
세계의 지붕 네팔 기행 ③ / 안정숙


 

 



[인터뷰365 안정숙] 지상천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생존경쟁을 위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무한 경쟁이 필요 없는 곳에서 청정한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이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면 곧 낙원이 아닐까. 종교적 인연이 닿아 일행과 함께 힘들 게 찾아간 젯방 마을이 그러했다. 마을이라고 해봤자 우리네처럼 다닥다닥 붙어 집단으로 거주하는 취락구조가 아니다. 능선 여기저기에 한 가구씩, 20여 가구에 100여 명의 주민들이 각기 집집마다 멀찌감치 떨어져 살아간다.

집이라는 개념보다 비바람을 피하는 정도의 보잘것없는 주거공간은 한눈에 봐도 초라하다. 그러나 무공해 황토 흙으로 지어진 그들의 전통가옥은 우리네의 전통 흙집처럼 이른바 웰빙의 보금자리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바깥에서 볼 때는 꽤나 높은 단층집인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구조가 2층으로 되어있다.

화로가 있어 불만 지피면 따뜻해지는 1층은 가축들과 함께 먹고 지내는 축사 겸 부엌이다. 침실로 쓰이는 2층에는 우리의 장롱격인 옷 바구니가 있고 주식인 말린 옥수수 등을 보관하는 창고를 겸하고 있다.


 


그들의 삶은 단순해 보였다. 농한기인 요즘은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남자들은 소와 닭, 돼지,  염소 같은 가축을 기르고 여자들은 바구니를 짜며 유유자적 보내는 것이 일상이다. 최소한 먹는 것만 해결되면 바닥에 등을 붙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그들에게서 걱정거리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놀랍게도 그들은 하루 세 끼를 먹는 게 아니라 저녁 한 끼로 하루의 끼니를 해결한다. 그 대신 한 끼의 양은 보통 사람의 두세 끼 분량만큼 많다. 일일일식은 동남아 국가의 소승불교 승려들의 전통 탁발공양인 줄 알고 있었지만 그와 무관한 힌두왕국 네팔의 산간오지 고산족까지 그럴 줄은 미처 몰랐다.


 


저녁때가 되었다. 일행이 카트만두에서 가지고 간 '찌우라(쌀을 납작하게 누른 것)'와 마을에서 키우던 멧돼지 고기로 주민들과 함께 저녁을 마련했다. 돼지 국 냄새가 진동하는 마을은 온통 잔칫집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 마당에서 함께 먹고 마시며 떠들썩하게 즐기는 잔칫집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나누어주는 음식을 각자 갖고 온 그릇에 담아 삼삼오오 따로 모여 손으로 먹는다. 물자가 부족한 탓에 푸른 나뭇잎을 밥그릇 대용으로 지혜롭게 활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오순도순 먹는 그 모습이 너무나 정겨웠다.


 


네팔 인들의 주식은 쌀이지만 서민들은 귀한 쌀밥을 먹을 수가 없어 주로 옥수수밥과 어쩌다가 먹는 '찌우라'가 고작이다. 일행이 준 초콜릿과 과자, 사탕 하나도 아껴두고 먹겠다며 주머니에 넣는가 하면 가져간 보온용 담요를 추위에 떨고 있는 족장에게 주니 망설임 없이 자기보다 더 못한 이웃에게 도로 준다. 젯방 마을은 고산지대인 데다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가 밤이 되면 싸늘한 겨울 날씨로 돌변한다. 따라서 낮에는 반팔 차림의 여름옷을, 밤에는 두꺼운 겨울옷을 입어야 했다.


 


그러나 밤이 되어도 그들은 외투나 내복 같은 겨울옷을 입지 않고 낮에 입은 옷 그대로 반팔차림이다. 이부자리도 변변치 않다. 감기가 염려되어 겹겹이 껴입고 그것도 모자라 두툼한 파카까지 걸친 나의 옷차림이 그들에게 마냥 부끄럽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문명과 동떨어진 젯방 마을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흔한 등불조차 없다. 그런데도 그들의 얼굴에서 어두운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찬드라, 안드라.. 남녀노소 만나는 사람마다 미소를 짓고 다들 밝은 표정이다. 삶의 근본인 의식주가 빈곤하기 짝이 없어 측은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은 가진 자의 오만한 동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60년대의 우리나라도 가난했지만 요즘처럼 살벌한 세상은 아니었다. 의식주가 풍족하지 않다 해도 풍요로운 문명과 거리가 먼 그들만이 공유하는 평화로운 삶을 나의 잣대로 가늠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착잡한 생각으로 가져간 침낭 속에서 피곤한 몸을 녹이며 들창조차 없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밤을 꼬박 새웠다.


 


젯방 마을의 새벽은 너무나 싱그러웠다. 그들의 하루는 가축들에게 옥수수를 던져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등불 하나 없이 오로지 자연의 빛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교육의 혜택도 주어지지 않아 대부분 문맹자들이다. 거기다가 힌두교의 카스트제도가 엄존하는 네팔의 여러 민족 가운데 천민계급에 속한다.

더구나 이들에게는 사유재산권조차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화폐의 단위조차 모르는 문맹자인 그들이 사유재산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책임지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재산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생활수준으로 볼 때 그들의 삶은 어둡고 불행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휘황찬란한 바깥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그들에게는 불행을 모르는 자연스런 일상의 고요한 삶일 뿐이다. 행복의 유무는 집단이 공유하는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왔던 발길을 되돌리자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일행을 향해 언덕에서 작별의 손을 흔드는 젯방족 소녀들이 천사처럼 다가왔다 서서히 멀어져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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