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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2/24 00:00:00  서영석




아줌마들의 징하고 찡한 수다 한바탕
창작 뮤지컬의 지표 보여준 ‘아줌마가 떴다’ / 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시민경제가 얼어붙어 서민들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언제나 봄바람이 불어올지 막연한 기대에 어려운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계가 아닐까.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정신적 사치?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불황을 뚫고 뮤지컬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토종 창작 뮤지컬 ‘아줌마가 떴다’가 그것이다. 관객이 무대와 일심동체가 되어 같이 울고 웃으며 열광하고 공연 중 시종일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는 공연이 진작 우리에게 있었던가. 

스토리는 단순하다. 라이브카페라는 특수한 공간을 차용해 아줌마들의 신세한탄 겸 넋두리를 한움큼 풀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아줌마들은 무대 위의 수다가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와 고민으로 꾸며졌기에 절로 탄성을 자아내며 포복절도 한다. 

조용한 발라드 음악을 배경으로 막이 오른다. 동네에서 가끔 식사 모임을 하는 세 아줌마가 어느 무료한 날 라이브카페 ‘화려한 외출’에서 의기투합했다. 무료한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한잔 술에 회포를 풀면서 공연은 서서히 그 열기를 더해간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배우들은 시냇물처럼 조잘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거친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연기와 노래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폐경, 요실금, 남편과 자식문제, 시어머니와의 관계, 이혼녀라는 여성적 아픔을 뮤지컬로 승화시켜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전근대적 보수로 똘똘 뭉친 남편과의 삶과 폐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홍장미(장미화, 진복자 더블캐스팅), 요실금과 자신의 생일조차 무관심하게 넘겨버리는 남편과의 삶에 지쳐버린 진달래(옥희, 윤수미 더블), 지독한 건망증,  이혼하고 딸과의 아귀다툼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봉선화(윤정원, 강애심 더블) 등의 가정사가 술에 취하며 한꺼풀씩 벗겨지면서 관객들을 무대로 빨아들인다. 연기자들은 연기인지 자신의 실제생활을 토로하는지 분간이 애매하고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이 공연의 특징이 여실히 드러난다.

홍장미역에 왕년의 인기 가수 장미화와 뮤지컬계의 큰언니 진복자가 더블로 공연하며 각기 상반된 연기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고 뮤지컬계의 중견배우 이인철과 최효상이 그들을 알뜰살뜰 이끌어준다. 한국 최고의 가수와 뮤지컬 배우는 아니지만 최선의 노력으로 작품을 갈고 닦았다. 그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노래, 특히 60을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시절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장미화의 폭발적인 노래와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는 옥희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관객들은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무대와 객석의 공간이 사라져버려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가히 절정의 고수들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환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재미에만 치우쳐 알맹이 없이 공연이 흘러 지나가버린다. 구성을 소홀히 하고 넘어간 대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음향이나 조명은 나름대로 중극장이라는 열악한 조건에서 최선의 그림을 그려주었지만 조명의 경우는 배우의 의상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음악도 한곡 한곡을 떨어뜨려 놓으면 뛰어난 작곡이지만 전체의 조화를 놓쳐 옥의 티로 남는다. 연출의 측면에서도 너무 안일한 구성으로 펼쳐놓아 연출의 그림이 보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이 삭막한 사회에서 가족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뮤지컬의 관객 대부분은 모녀 또는 부부다. 공연이 끝난 후 환하게 웃으며 밝은 모습으로 극장을 나서는 그들의 모습에서 자그마한 행복이 엿보인다.




스태프들의 한마디


프로듀서 이원희는, “이제 우리도 우리 뮤지컬을 만들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시장을 수입 뮤지컬에 다 내어주고 그들의 정서가 여과되지 않은 상태로 우리의 무대를 휩쓸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창작 뮤지컬의 제작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 뮤지컬 제작에 고민을 하던 중 대본을 받아 본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라며 이제는 우리 뮤지컬의 수준이 상당히 향상되어 수입 뮤지컬과 한판 경쟁이 가능하다고 힘을 준다.

연출을 맡은 박진선 감독은 “보통 아줌마들의 보통 이야기를 가요, 정극, 뮤지컬로 비벼 공연 문화에 소외되었던 장년층들도 부담없이 편하게 관람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또 부부간의 의사소통의 부재로 무관심하게 살아온 부부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이 공연의 특징을 짚는다.

배우들의 공연 소감도 거의가 유사하다. 한국 뮤지컬계의 맏언니 진복자(46)는 일상의 일탈을 꿈꾸는 아줌마들에게 이 공연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란다. 공연을 하는 자신조차 공연에 몰입하다 보면 연기를 하는 것인지 자신의 실제상황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고.

뮤지컬계의 실력파 윤정원(38)은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작품이지만 삶의 진실을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번역 뮤지컬만 해오다 처음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수입공연물에 비해 창작뮤지컬은 구성에 있어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대본을 보면서 아줌마들의 현실을 절감했고 꿈을 포기하지마라, 희망과 용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작품적 매력, 메시지에서 거듭날 수 있다고 판단, 출연을 결심했어요.” 라며 환하게 웃는다. 

작곡의 송시현은 이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이다. 송시현은 이선희의 ‘한바탕 웃음으로’ 등 주옥같은 레퍼토리를 작곡한 뮤지션으로 이 공연을 위해 무려 6개월을 매달렸다. “아쉬움이 있다면 시간적 경제적인 미흡이죠. 외국의 경우 한 작품을 작곡하려면 보통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너무 조급해서 두세 달에 후딱 해치워야 합니다. 또 제작비의 한계로 더 많고 훌륭한 반주자를 써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큽니다.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쏟았지만 마음에 썩 들지 않는 부분이 남아있어요. 계속 다듬어야죠.”

공연 참가자 중 가장 막내, 스탭인 신아영(22. 세명대 방연과 3)은 “공연의 내용이 나의 엄마와 할머니의 삶이었다는데 절대적으로 공감을 한다. 하지만 나의 멀지 않은 미래의 자화상이라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아줌마는 숙명적으로 저렇게 살아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든다. 나의 미래가 걱정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공연의 맛깔진 양념으로 왕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오리지널 멤버 김청산의 노래를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연로함(?)을 잊은 그의 소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높고 맑은 음역을 넘나들며 막과 막의 틈을 메워주는 독특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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