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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2/24 00:00:00  안정숙




화장터로 유명한 힌두인의 성지 퍼슈퍼티나트
세계의 지붕 네팔 기행 ④ / 안정숙




[인터뷰365 안정숙] 살아서 해탈을 이루지 못했다면 죽어서라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관광객들에게 화장터로 더 잘 알려진 퍼슈퍼티나트는 네팔 힌두 인에게는 죽어서라도 가고 싶어 하는 최고의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화장을 하면 다른 어떤 곳보다 윤회를 벗어나 영원히 해탈에 이른다는 강한 믿음 때문이다.

인도에 가면 갠지스 강변의 화장터로 유명한 성지 바라나시를 한 번쯤 둘러보듯이 네팔을 찾는 관광객들도 바그머띠 강변에 있는 퍼슈퍼티나트를 찾는다. 퍼슈퍼티는 시바 신이고 나트는 사원을 일컫는 말이다. 이곳은 힌두인이 신성하게 여기는 갠지스 강 상류에 위치하는 까닭에 인도의 힌두 순례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카트만두 국제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퍼슈퍼티나트를 찾았을 때 사원 아래 강변의 화장터에는 때마침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며 화장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쪽에서는 시신이 장작불에 더 잘 탈 수 있도록 장의사가 대나무 장대로 장작을 젓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방금 운구해 온 시신을 강물에 적시고 있다. 강폭은 10m 정도로 좁은 데다 건기여서 그런지 강물이 개울물처럼 적었다. 시신을 강물에 적시는 것은 영혼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이다. 염을 하기 전에 시신을 간단히 씻는 우리의 장의 풍습과 다를 게 없다. 화장터는 강변을 따라 몇 곳에 설치돼 있어 장례의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힌두인의 장례식은 엄숙하면서도 의외로 조용했다. 매장을 하든 화장을 하든, 고인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족이라면 당연히 울고불고 대성통곡을 하다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울음을 뚝 그치는 우리의 엄숙하면서도 떠들썩한 장례식장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이한 것은 시신이 불타는 동안 상주는 상의를 다 벗고 삭발을 한다는 점이다. 고인에 대한 속죄의 예를 갖춘 의식이라고 들었다.



장례식장 풍경은 이방인이 보기에는 놀랄 만큼 평화로웠다. 의연하게 장례를 치르는 유족들은 물론 성지를 찾은 힌두 순례객이나 관광객들조차 평화로운 분위기에 젖어들어 그저 담담하게 지켜볼 뿐이다. 화장터는 개방되어 있어 장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생경한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마다 충격으로 다가왔다.



카스트제도와 빈부격차에 따라 화장도 달랐다. 천민계급에 속한 화장터가 따로 있고 가난한 유족들은 시신을 화장할 땔감조차 넉넉하게 마련할 길이 없어 불타다 남은 유골을 그대로 강물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힌두교의 장례는 불교의 화장인 다비와 다를 게 없다. 다만 화장을 하고 난 뒤 유골을 산골하거나 따로 봉안하지 않고 강물에 흘려보낸 다는 점이 다르다. 화장에 이어 수장을 하는 셈이다. 장례방법은 매장과 화장, 수장. 조장, 풍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어느 방법이 좋다 나쁘다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집단마다 공유하는 장례문화가 다른데다가 어떤 경우에도 죽어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시신이 불타는 냄새를 맡고 화장터를 찾아온 굶주린 개들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먹을거리를 찾느라 혈안이다. 화장터에서 풍기는 냄새도 익숙지 않지만 개들의 게슴츠레하면서도 광기어린 눈빛이 장작불에서 연신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와 함께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누구 하나 화장터를 서성거리는 떠돌이 개들을 제지하는 법이 없다. 나무 한 그루에서부터 주인 없는 개 한 마리에 이르기까지 일체만물에게 존재의 신령스런 의미를 부여하는 다신교 힌두인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가난한 이들은 유골과 함께 버려진 고인의 유류품과 노자 돈을 서슴지 않고 줍는다. 화장을 끝낸 후 타다 남은 장작 가운데 쓸 만한 것을 고르는 이들도 보인다. 이 같은 모습이 이방인에게 충격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그들에게는 실용적인 삶의 일상적인 하나의 방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퍼슈퍼티나트는 여러 사원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화장터를 뒤로 하고 몇 계단 올라가면 힌두교도 외에는 출입이 제한된 퍼슈퍼티 외에도 구헤숴리 사원을 비롯해 수많은 사원이 있고 부처와 브라흐마의 형상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꿈속에서 본 환상을 그대로 옮겨 그렸다는 벽화가 장식된 한 사원에서는 평생 밀크만 먹고 살아간다는 살아있는 신 '밀크바바'를 볼 수 있었다. 마침 젊은 청년을 데리고 밖으로 나온 '밀크바바'는 잔뜩 화장을 한 모습이었는데 그의 곁에서 끊임없이 호객을 하는 20대 청년의 외침이 더욱 재미있다. "1달러면 밀크바바와 행복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청년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는 인심이 후한 한국인이 봉이라는 듯 엄지를 치켜세우며 '코리언 굿'이라고 환한 표정을 짓는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명소라는 것을 짐작하고 남는다.



참배객들로 붐비는 사원 곳곳에는 발걸음을 뗄 때마다 비둘기떼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많다. 또 시바를 추종하는 사두들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는데 간혹 사진을 찍는 대가로 관광객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두들도 없지 않다. 이들 중에는 진짜 사두가 아닌 경우가 있으므로 당국에서 주의하라고 일러주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관광객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든 가짜든 가난한 사두에게 돈을 건네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힌두교도들의 성전인 사원이 있고 화장터가 있는 퍼슈퍼티나트는 한 마디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면서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신비의 성지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젊은 남녀들이 사원의 계단에 나란히 앉아 데이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밝은 모습이 연기로 희끄무레 덮인 사원의 지붕 위로 붉게 빛나는 석양과 어우러져 마냥 아름다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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