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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6/05 00:00:00  김두호




[그때 그 인터뷰] 찬란한 추억 안고 되살아난 <찬란한 유산>의 유지인
이지적인 용모의 70년대 트로이카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1970년대 말 은막에서 정윤희 장미희와 함께 트로이카시대를 이끌었던 유지인이 TV드라마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시청률 30%를 넘어섰다고 해서 화제가 분분한 SBS-TV 주말극 <찬란한 유산>에 출연중이다. 세상물정을 모르고 돈 쓰기만을 좋아하는 오영란 역의 유지인은 같은 입장의 자녀들과 함께 부자(富者) 시어머니 장숙자(반효정)로부터 닦달을 당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나가고 있다.


본명이 이윤희인 유지인은 올해 53세다. 영화 <바람불어 좋은 날> <피막> <심봤다> 등의 화제작에 출연하던 시절의 유지인은 이지적인 용모와 뛰어난 각선미의 배우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계 대표적인 축제인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안고 미소 짓던 시절이 유지인의 삶과 연기 인생에서 가장 젊고 꿈같던 시기였다.


30여년이 훌쩍 지나갔다. 아직도 젊은 모습이 남아 있지만 남다르게 ‘찬란한 추억’이 많은 쉰 줄의 유지인. 구김살 없이 밝은 표정에 자존심이 강했던 여자. 20대 혈기가 가슴 가득하던 시절에 가졌던 그녀의 꿈과 생각들을 그때 그 인터뷰를 통해 다시 접해보았다.



재벌 가문에 시집간다는 결혼 소문이 나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나와 바늘과 실 같은 사이로 동고동락 해온 우리 집 언니(이윤자 씨로 당시 27세)가 얼마 전 결혼했다. 소문이 잘못 나온 것 같다.


혼기가 되면 프러포즈도 받을 수 있지 않는가?

내 첫 인상이 어떻게 보이는가? 좀 쌀쌀 맞고 차갑게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이 쉽게 접근을 못하는 것 같다. 또 아직은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곁에 사랑하는 부모님 계시고 동생들도 있어서 외롭지 않다.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1학년 때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연애할 겨를도 없었다.

결혼은 언제쯤 생각하고 있나? 어떤 조건의 배우자가 좋은가?

3년 후쯤 결혼했으면 좋겠다. 연애보다는 부모님이 정해 준 남자를 만나고 싶다. 돈 많은 남자는 싫고 깔끔하고 샤프한 남자가 좋다. 못생긴 것 보다 잘 생긴 얼굴이면 좋겠고 성장환경이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뼈대 있는 집안이었으면 좋겠다. 직업은 회계사 외교관 공무원 등 어느 것이나 괜찮다. 내가 뭐, 별나게 특별한 여자도 아닌데 그저 빚 안지고 살 정도의 성실한 남자면 만족한다.

(그녀는 1986년 치과의사를 만나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떠나 대전에서 딸 둘을 두고 조용히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러다가 1996년 <여울>로 연기활동을 재개하며 TV쪽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02년부터는 대전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옮겨와 자신의 일에 전념하며 독신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출연중인 TBC-TV(현재의 KBS-2TV) <잃어버린 겨울>의 혜자 역은 불우한 총각(이덕화 연기)과 사랑을 나누다가 그를 버리고 환경이 좋은 홀아비(노주현-딸까지 있는)를 배우자로 택하는 스토리다. 드라마가 아니고 실제 자신에게 그런 처지가 주어진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드라마는 사랑도 소중하지만 사랑보다 은혜(보은)를 택한거다. 내가 그런 경우라면 은혜보다 사랑을 택하겠다. 사랑이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자에게 일생을 좌우하는 운명 같은 것 아닌가? 사랑은 여자에게 하나의 신앙과도 같다. 은혜도 소중하지만 그것은 다른 방법으로 갚겠다.


사랑을 신앙으로 생각해서 만난 부부도 살다보면 싸우기도 하고 탈선도 하는데, 결혼 후 사랑하던 남편이 외도를 한다면?

아직 그런 고민은 생각 안해봤다. 남자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 전에 막아야한다. 나는 결혼하면 남편 하나만 바라보고 살 여자 같다.


평소 당신이 꿈꾸는 것은?

하얀 눈을 미치게 좋아한다. 백설을 보면 잡념도 눈 녹듯 사라지고 행복감에 젖는다. 그리고 차가운 바람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눈밭 속에서 집을 짓고 살고 싶다.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신혼여행도 창밖으로 눈 덮인 계곡이 보이는 곳에서 보내고 싶다.


눈이 좋아서 겨울이면 스키장을 즐겨 찾는가?

그렇다. 스키는 잘 못타지만 5년이 넘었다. 눈 언덕을 타고 내려가는 기분은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황홀하고 즐겁다.

눈(雪)을 좋아해서 눈(目)도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진 것 같다. 특히 신체의 각선미는 예쁘기로 소문나 있다. 어떻게 가꾸고 관리하는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새벽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집이 있는 여의도 아파트단지를 달리는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7시쯤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면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담배와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도 미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안다.


신체적인 콤플렉스는 없는가?

있다. 손과 발이 남들보다 큰 것이 불만이다. 또 신경이 예민해서 잠을 잘 때 작은 소리에도 잠을 못자거나 깨어나는 버릇이 있다. 시집간 언니와 한방을 쓰면서 언제나 언니가 나보다 늦게 잠을 자곤 했다.


잠자리에서 양말까지 신고 자야 잠이 오는 사람도 있고, 무엇을 걸치면 잠을 못자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경우인가?

양말을 걸치는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는 잠을 못 잔다.


가까운 친구는?

중학 1학년 때부터 가깝게 지낸 친구 6명이 모여 선미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깊은 우정을 유지해 가고 있다. 매월 한번씩 만난다. 두 명의 친구가 결혼을 해 남편들까지 회원으로 가입시켜 8명이 만난다.


여자 연예인 가운데 최고 소득 그룹에 이름이 올라있다. CF 영화 TV 출연까지 한달에 수입이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

월 3백만원 쯤 될 거다. 지난번 개인 소득세롤 2천1백만 원을 냈다. 수입이 많아도 의상이나 활동비 지출을 따지면 실속이 별로 없다.


의상은 몇 벌이나 되나?

한 3천벌 쯤 된다.


전공을 연극영화과로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 적성에 맞아서인가?

배우보다 이론을 전공해 교직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연기는 스스로 좋아하지 않고는 해낼 수 없는 직업 같다. 그동안 연기활동을 하며 실망과 낙담을 한 적도 있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애착도 버리지 않고 있다.


낙담을 했다면 언제 어떤 경우인가?

1974년 <그대의 찬 손>이라는 영화로 데뷔했다. 특히 TV드라마에 출연을 시작하던 초기시절에는 회의를 많이 느꼈다. 신인급 무명시절에는 연기를 제대로 못해 인정도 못 받아 서럽고 배역도 괴로운 역이 많다.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여자 역을 맡았는데 답답해서 작가에게 날 빨리 죽여 달라고 통사정을 하기도 했다.


언제부터 연기에 자신감을 얻었나?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보람과 자신감을 느꼈다. 살아 있는 객석의 숨소리와 눈길로 내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연기자가 된 것이 뿌듯하고 행복했다.


어떤 인물을 좋아하나?

아버지 같은 사람이다. 지금은 예편한 장교지만 젊음을 군에 바치며 빈틈없이 살아오신 아버지의 생애에 언제나 존경심을 갖고 있다. 집안이 화목하고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기만 하고 성장해 베푸는 사랑에 인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빈 손으로 태어나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게 모든 인간의 숙명이란 것을 간혹 깊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사는 동안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나 힘들게 하는 일은 안해야 한다는 자각을 느낀다. 좋은 일을 하며 남을 즐겁게 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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