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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09/28 00:00:00  육홍타




전설적 무협지 ‘대도오’ 속편으로 돌아온 무협소설가 좌백
“무협지란 ‘무와 협에 대한 중국식 뻥’이다” / 육홍타


 



[인터뷰365 육홍타] 좌백(본명 장재훈. 44)은 한국무협계에서 이른바 ‘신무협’의 새 지평을 연 거목이다. 데뷔작 <대도오>에서 박제화된 영웅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간을 그려냄으로써 종래의 무협과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그는 이어 내놓는 작품마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작품세계를 구축함으로써 무림의 기대를 한 몸에 모았다. 소설뿐 아니라 무협게임 <무혼>과 <구룡쟁패>의 스토리를 맡기도 하고, 청소년을 위한 철학소설 시리즈를 집필하는가 하면, 한국최초의 여성 무협작가인 진산과의 결혼생활 에피소드를 모은 <부부만담>을 펴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정작 무협소설은 최근 몇 년간 신간이 나오지 않아 기다림에 지친 독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4년만에 본격무협소설로 독자들에게 돌아온다. 이제는 전설이 된 <대도오>의 속편을 들고.



만화가 권가야씨와 김수용씨가 일하는 화실에서 집필중이시지요?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이지요. 화실에 가보니 만화가들이 소설가들보다 훨씬 작업량이 많더라구요. 눈치가 보여서라도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권가야는 좌백의 <대도오>를 <남자 이야기>라는 제목의 만화로 그려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대도오> 속편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가 크던데요. 애장판으로 나온 <대도오>가 옥션에서 정가의 5배인 5만원에 팔린다는 말도 있을 정도고...

기획으로 보면 썩 좋은 기획은 아니지요. 15년이나 지나 쓰는 거니... 처음 출간 당시 주변에서 속편을 금방 쓰라고 했는데, 내 세계를 확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대도오> 속편을 안하고 <생사박>을 썼지요. 그렇게 다른 거 더 쓰고 싶은 게 있고 해서 미루다보니 늦어졌습니다. 마침 출간된 지 15년이니 정리한다는 의미도 있구요.

이제 절반 썼습니다. 올해 안으로 마무리해서 전6권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올해 안에 끝내주는 게 계약금을 주고 3년이나 기다려준 출판사에 덜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내용도 좀 들려주세요.

속편 내용도 15년 후의 일입니다. 스토리만 이어지는 게 아니라 구조 자체를 카피했어요. 일부는 대도오 흉내를 많이 냈습니다. 전6권중 4-6권이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뭐 이런 셈인데요. 노대나 매봉옥 등 1편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다 만나게 됩니다. 혁련소천 아들이 1편에서의 매봉옥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지요.

대도오 속편이라고 하지만 <흑풍도하(黑風渡河)>라는 제목이 따로 있습니다. 대도오 2부라는 건 부제 정도로 삼구요. 새외에서 황하를 건너 중원으로 나가는 이야기라서 ‘도하(황하를 건너다)’라고 한 거지요.

결말이요? 무협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협소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무와 협에 대한 중국식 뻥’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식 과장... 한국작가가 썼어도 중국적인 것을 구현하는 것, 한국에서 만든 쿵푸영화처럼 일종의 환상을 키우는 거지요.

무협소설에 흐르는 것은 협의 정신이고, 그걸 구현하는 수단은 무술, 즉 폭력이지요. 예전엔 무술은 폭력이 아니라고 변호도 했는데, 써보니 결국 폭력에 모든 것을 호소하게 되더라구요. 김호의 <노자무어> 같은 것이 불가능했어요. 뭐, 좋게 말하면 상무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실 무(武)라는 이름의 폭력은-가치의 문제에 있어서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무협소설이 갖는 매력의 중요 부분이잖아요. 그걸 살려야 하는데 현실에선 그게 안 되지요. 그래서 폭력이 유일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극단적 환경을 설정하고, 그것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는 것이 무협소설이라고 봅니다.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갖는 매력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노자무어>는 반(反)무협이라는 평을 듣는 독특한 작품이다.)


‘왜 무협을 쓰는가’하는 질문에 답한다면요?

재미있어서... 


자기만의 집필 방식이랄까 그런 것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쓰고 싶은 것들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천마군림>도 대도오 쓸 때 구상했던 거고, 대도오보다 먼저 쓰려고 하던 것들도 있고, 앞부분만 써놓고 만 것들도 있고... 한 열 댓가지 쓸 게 있었는데요. 그런 것들을 묵혀뒀다가 두 개를 하나로 묶기도 하고, 하나를 둘로 분리하기도 하고 합니다. 그렇게 하다가 머릿속에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그때 진짜로 쓰기 시작하는 거죠.




블로그에 어릴 때부터 잠들기 전에 환청이 있었다는 글을 올리신 적이 있지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기엔 매우 기이한 체험인데요. 그런 것이 창작에 유용하게 쓰이거나 하진 않나요?

실제로 쓰입니다. 환청이라는 게 이야기가 들리는 것인데, 그중엔 재미있는 것도 있거든요. 잊은 꿈 얘기가 그 바람에 기억나기도 하고. <생사박>도 그런 식으로 나온 작품이에요. 소설로 쓰는 꿈을 꾸었던...


자신보다 늦게 등단한 후배의 영향을 받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인터넷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기묘한 상황인데...

습작을 할 때 이재일의 <쟁선계>를 보고 했거든요. 당시 하이텔 무림동에 <쟁선계>가 인기연재중이었습니다. 제가 데뷔한 다음 무림동 공모전의 심사위원이 되었고, 거기서 이재일이 당선되어 작품이 출간되었으니 공식등단은 저보다 늦은 셈이죠.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은?

사마령과 고룡... 5학년때 처음 무협을 읽었는데 그게 사마령의 <음마황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읽은 것이 다행히도 사마령 작품이라 좋게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요. 중국작가중에서 ‘협’에 대해 고민한 작가가 있다면 사마령과 김용이라고 생각해요. 사마령 작품중에선 <음마황하>와 <분향논검>을 좋아하구요.

고룡은 전작품이 다 좋습니다. 고룡의 삶, 특히 죽음 방식이 너무 맘에 들어요. 그렇게 죽고 싶습니다. 예전엔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진산 덕에 이해가 깊어졌어요. 진산 말대로 망친 작품이 더 좋더군요. 거기서 작가가 느껴지니까요.

제가 체질상 그 세계를 지탱해주는 사상이나 철학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재미를 못 느끼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와룡생은 늘 협 운운하지만 실제 협이 없어요. 고룡은 협의 정신은 없지만 흑도의 정신이랄까, 방랑자의, 폐인의, 미학적인 게 있어요.


“<비적유성탄>은 내가 쓰고 싶은 무협을 쓴 거고, <천마군림>은 내가 읽고 싶은 무협을 쓴 것”이라는 말을 하신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천마군림>은 ‘이렇게 쓰면 무협의 종합선물세트처럼 버라이어티가 있는 재미를 담고 있으니 잘 팔릴 거야’ 이런 생각으로 쓴 거라면, <비적 유성탄>은 ‘안 팔려도 상관없으니 내 취향대로 쓰겠다’ 생각하고 쓴 거죠.

<비적 유성탄>은 고룡의 <환락영웅>에 많이 빚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환락영웅>은 게으른 영웅 네 명이 노닥거리는 얘기인데요. <비적 유성탄>의 주인공도 네 명이고, 주인공이 고드름 세는 에피소드도 거기서 빌려온 것이에요. 고룡에게 바치는 오마쥬라고 할 수 있죠.


웹진 <이매진>에 연재했던 <구룡쟁패 봉무구천>의 대동이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나요?

내년에 쓸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제목이었던 <구룡쟁패>는 게임과 관련된 새로운 이야기가 되었고, 대동이 이야기는 무협이 아니라 시대소설로 쓸 계획입니다. 임진왜란이 배경이지만 역사소설은 아니구요.


시대소설이라면... 흔히 드라마 등에서는 조선왕조까지를 역사물, 일제시대를 시대물 이런 식으로 구분하지 않나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역사소설은 80년대를 거치면서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중을 강조하고, 독자들도 역사소설이라면 그런 인상을 받게 되고...

시대소설이라는 건, 역사의 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재미 위주로 하는 가벼운 활극류도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새로 자리매김을 해보려는 거죠. 대동이 이야기는 임진왜란이 배경이긴 하지만 실존했던 사람은 나오지 않고 모두 허구의 인물들만 등장합니다. 주 내용은 무술 이야기구요. 약간 무거운 활극 소설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전3권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1권은 무술을 찾아가는 얘기, 2권은 무술을 수련하는 얘기, 3권은 왜적에 잡혀간 송단이를 구하러 대마도로 찾아가는 얘기, 이런 식으로 잡고 있습니다.


역사물로는 연개소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있었지요?

그 연개소문 이야기는 10년쯤 전에 시나리오로 팔았습니다. 소설로도 하려고 좀 써놓기도 했구요. 스포츠신문에 연재 말이 오가다가 유야무야되어버렸지요. 소설로 3권 분량의 이야기였는데, 18권짜리 만화스토리로도 좀 썼더랬어요. 하승남씨 그림으로 한 세 권쯤 나오다 말았지요. 기획한지 1년쯤 되니 만화시장이 사라지다시피 되어서...

저는 연개소문을 중국땅에서의 부분에 중점을 두고 그리려고 했었습니다. 중국 당대전기소설인 <규염객전>쪽으로 파고들다보니... ‘<규염객전>이야말로 무협의 원형’이라는 김용의 말도 있고, 규염객은 바로 연개소문이라는 내용의 경극도 봤고 해서요.

(<규염객전>은 당나라 건국 무렵을 무대로 신비스런 영웅 규염객이 나오는 단편소설인데, 이 규염객이 연개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철학소설 시리즈는 2권 나오고 소식이 없네요? 숭실대 철학과를 단과대 수석으로 졸업한 작가가 쓰는 거라 기대가 큰 기획인데요. ^^

3권으로 계약했는데요. <논리의 미궁을 탈출하라>하고 <소크라테스를 구출하라>는 나왔고, 3권째는 동양철학을 다룰 예정입니다.

‘무협 말고 다른 것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다 원래 철학전공이고 해서 시작했던 건데 무지 고생했어요. 하도 글이 안 써져서 우울증이 생길 지경이었죠. 고민하다 술먹고 뻗고 하는 생활을 2년 하다보니 당뇨도 악화되고...

원래 대학 1학년 수준의 교양서적으로 생각한 건데 계약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고생용, 초등 4학년도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바뀌어 있더라구요. 눈높이 낮추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쉽게 쓰려다 보면 오류가 생기기 쉬워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거든요.



원래 대학원 학비를 마련하려고 무협을 쓰게 된 걸로 소문이 나 있는데, 정작 대학원은 안 가셨다고요?

대학원 등록금은 장학금을 받기로 되어 있었고, 그 동안의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했던 건데요. 글 쓰는 게 아르바이트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결국 진학은 접고 글쓰기에만 매달리게 된 거죠.

1994년 가을에 야설록씨가 운영하던 사무실에 나가면서 처음으로 무협소설을 썼는데, 넉달동안 계속 퇴짜만 맞은 거예요. 하도 그러니까 오기가 생겨서... 첫 작품이 너무 쉽게 통과됐으면 여러 가지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다행히 해가 바뀌고 용대운님이 사무실 지도를 맡으면서 저를 격려해 주신 덕분에 <대도오>를 쓸 수 있었습니다. <대도오>를 보고 누군가가 “자기 얘기를 그렇게 써도 되느냐”고 농담하던 게 기억납니다.

그후 그동안 구상했거나 쓰다 말았거나 한 작품들을 잇따라 출간하게 되었지요. <생사박> <야광충>, 그리고 결혼자금 마련하려고 쓴 <금강불괴>, <금강불괴>랑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혈기린 외전>...


결혼이라면... 하이텔 무림동의 공모전 심사를 맡았다가 수상자인 진산과 결혼에까지 이어지게 됐죠?

사실 무림동 심사는 진산이 남자인줄 알고 뽑았어요. 시상식서 처음 만나게 되었지요. 야설록씨가 수상자인 진산과 이재일에게 자기 출판사 사무실로 와서 쓰라고 권한 덕분에 제가 있던 사무실에서 같이 글을 쓰게 됐고 그러다보니...

 

두 분이 동탄에 멋진 저택을 짓고 사시다가 개발에 밀려서 서울로 오셨잖아요. 예전 무협소설들을 그집에 다량 보관하고 계셨던 걸로 유명한데요. 오래된 대본소 하나를 통째로 옮겨오다시피 한...

이사하자마자 동탄 개발이 결정되는 바람에 7년 살고 나왔어요. 원래 그집에 오래 살면서, 30년쯤 후 무협박물관을 하려고 했던 건데... 87년 이전 무협은 아직도 보관중입니다. 그후 나온 것들은 거의 다 재간이 되었기 때문에 굳이 보관할 필요가 없어져서 처분했구요.


<대도오> 속편을 다 쓰고 난 뒤의 계획도 세워져 있나요?

<금강불괴>를 개작하고, 표사 이야기 3부작도 마지막 남은 <낭리표>를 써서 완결시키려고요. 2부작으로 맺었던 <야광충>은 3부를 추가해서 3부작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제가 원환구조를 좋아하거든요. 출발한 데로 돌아와 거기서 결말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다시 분리시켜서 2부는 2부답게, 3부는 3부답게 만들려고 합니다.

현대를 무대로 하는 무협도 생각하고 있어요. 월간 연재로 기획중인데, 긴 이야긴 어렵고 1년에 끝내는 것으로 하려고 합니다.


왜 현대인가요?

무협으로 해볼 수 있는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해서요. 고룡도 말년에 <절대저두>라는 현대배경의 무협소설을 썼지요.

팔괘장 5대전인을 만나 수련을 한참 했었습니다. 4년간 매주 했으니까요. 운동 자체보다도, 얘기 듣고 관찰하고 진짜 무술은 어떤가 느낌을 받는 게 목적이었지요.

그런데 이분의 삶이 기연 투성이예요. 그래서 주인공으로 삼았지요. 진정한 기연은 스승을 잘 만나는 것입니다. 이 작품엔 중국 무술이 반영될 예정인데, 한국적 무술 이미지를 정립하는 것도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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