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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12/24 00:00:00  소혁조




[MLB] 무결점 에이스, 그렉 매덕스
소혁조의 MLB이야기


 


[인터뷰365 소혁조] 매덕스는 평범한 속에서 위대한 전설을 만들어 낸 선수이다. 아마도 매덕스와 똑같은 체격조건을 타고난 그 누구도 매덕스 만큼의 기록을 달성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매덕스가 가지고 있는 그만의 위대함이다.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톱 클래스의 투수들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랜디 존슨에게도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페드로의 결점이 타고난 하드웨어를 극복하지 못하는 잦은 부상이라면 랜디 존슨은 무시무시한 광속구와 슬라이더를 받쳐주지 못하는 불안정한 컨트롤과 약한 무브먼트(공끝)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매덕스는 평범하다 못해 왜소한 체구와 불같은 광속구를 앞세우지 않아도 끝없는 연마속에 메이저리그의 최고 투수로 우뚝 솟아 올랐다.


사람들은 매덕스를 제구력의 마술사, 아트 피처라고 부른다. 그는 틀림없이 메이저리그 정상의 제구력을 갖춘 선수로 손꼽힌다. 또한 매덕스는 꾸준함의 대명사이다. 17년 연속 15승 이상, 20년 연속 두 자리 승수, 통산 347승의 대기록은 그가 얼마나 꾸준히 자기관리를 잘하는지 알 수 있는 증거이다.

매덕스는 올해까지 무려 18번이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수비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한 그가 얼마나 민첩하고 뛰어난 순발력을 가진 선수인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매우 경제적인 피칭을 한다. 그의 경기를 보면 90개 이하의 볼을 던지며 완투하는 경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1) 무리한 수를 두지 않고 타자와의 순간적인 수 싸움에 매우 능하며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꼭 파워피칭을 통해 삼진을 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슬쩍슬쩍 비켜가는 볼로 맞춰 잡는 재주가 발군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2) 피칭 동작이 매우 간결하고 체력소모가 많지 않다.

3) 문제는 제구력. 역시 컨트롤이 좋아야 타자를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

4) 배짱. 그는 옛 동료였던 존 스몰츠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강심장(steel heart)으로 통한다.


매덕스는 틀림없이 메이저리그 역사에 손꼽히는 위대한 투수임이 분명하지만 그가 세운 기록들과 투구는 항상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거의 무결점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이며 숱한 기록을 양산하였던 그에게 논란의 대상이 되는 점을 살펴보자.

1. 스트라이크 존

매덕스는 전형적인 컨트롤러 피쳐(Controller Pitcher) 이다. 로켓이나 랜디 존슨, 혹은 콜론처럼 어마어마한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페드로나 배리 지토, 웨이크필드처럼 현란한 변화구를 구사하지도 않는다.


매덕스는 스트라이크 존의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절묘한 컨트롤로 타자를 농락시키는 투수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스트라이크 존의 심판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한다. 경기 당일 어떤 심판이 어떻게 볼 판정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매덕스는 바로 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그는 초반 3이닝을 던진 후 타자 일순할 쯤부터 조금씩 옆으로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가며 타자와 심판을 교란시킨다. 즉, 공 한 개나 반개 정도가 빠지는 식의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만들어간다. 여기에는 매덕스라는 대 투수의 이름에 걸맞는 경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심판의 봐주기 논란이 있었고 타자들은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은퇴한 전설, 토니 그윈이 그의 컬럼에서 이 점을 강력하게 비난하였다)


하지만 모든 심판들이 그의 경기에서 봐주기를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또한 평균적으로 한 타자당 3개 이상의 볼을 던지지 않는 그의 경제적인 투구패턴을 보았을 때 타자와의 수 싸움에 뛰어난 그의 능력을 불완전한 심판 판정에 의한 스트라이크 존의 혜택을 받았다고만 폄하하기엔 어렵다.

2. MLB 무대의 국지성

매덕스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수임은 분명하나 좀 더 무대를 넓혀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맞상대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난 지난 WBC에서 돈트렐 윌리스, 로저 클레멘스가 다른 나라의 선수들에게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고 MLB의 무대가 꼭 전 세계 최고의 선수, 신적(神的) 존재로 격상되는 선수들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감히 로켓의 볼을...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윌리스는 한국의 강타자들에게 50개도 채 던지지 못하고  맞느라 바빴고 로켓역시 멕시코의 선수들에게 곤혹스러울 정도로 난타를 당했다. 그런데 만일 매덕스라면 어땠을까? 윌리스와 로켓은 모두 자신만의 강력한 스터프를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천하명품이라 여겨지는 이들의 스터프가 처음 상대하는 외국선수들에게  맞을 때 상대팀 선수들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심리전, 두뇌회전을 바탕으로 타자를 요리하는 매덕스가 로켓보다 더 난타당하지 않았으리란 보장은 없다.

3. 외모

매덕스가 MLB에 데뷔하기 전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그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외모가 좀 더 운동선수다웠다면 드래프트 종합1번으로 지명될 후보다. 직구 구속은 꾸준히 86~89마일 수준을 유지하고, 움직임도 뛰어나다. 직구의 움직임은 방망이를 부러 뜨릴만큼 폭발적이다. 커브는 이미 메이저리그 수준이다."


외모가 좀 더 운동선수다웠다면... 그렇다. 그는 틀림없이 운동선수다운 외모는 아니다. 너무도 착하게 생긴 친근한 아저씨 같다. 하지만 그는 이런 단점 아닌 단점도 훌륭하게 극복하고 메이저리그라는 정글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매덕스가 지금까지 거둔 기록들은 눈이 부실 정도로 휘황찬란하다. 그리고 그의 기록은 멈춤이 아닌 진행형이다.그를 두고 파워피처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또 파워피처라고 하기에도 어렵다. 기교파 투수라고만 하기엔 그가 가지고 있는 구종이 다양하지 못하지만 또한 아니라고 하기엔 그는 어지러울 정도로 볼 끝이 휘어지는 볼을 뿌린다. 하지만 그가 갖는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이런 강점과 매력이 평범하게만 보이는 그를 위대한 투수로 만든 것임은 분명하다.


그 옛날의 야구팬들이 월터 존슨과 샌디 쿠팩스를 보고 열광했듯이 지금 우리는 매덕스의 빛나는 투구를 보며 열광하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며 행복해야 할 것이다. 그는 백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어쩌면 몇 백년이 지나도 다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위대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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