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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01/19 00:00:00  김우성




[뮤지컬 랩퍼스파라다이스] 난 그저 살아남고 싶었을 뿐이야
다 같이 손을 머리 위로 들고 흔들어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었다던 형사 박두만의 추억에서부터 핸드볼 코트에서 투혼을 불사르던 그녀들 생애 최고의 순간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우리의 심장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확실히 빠르다. 거기에 극적인 구성까지 더해진다면 관객들의 호흡은 더욱 가빠진다. 지금 대학로에 힙합의 전설 투팍(Tupac Amaru Shakur)과 비기(Notorious B.I.G.)가 살아 돌아왔다. 90년대 중반 미국 힙합음악계를 동부와 서부로 양분했던 두 랩퍼의 물러설 수 없는 혈전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절친했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하여 훗날 의문의 총격사건으로 잇따라 사망할 때까지를 따라가고 있다. 여기에 둘의 관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여인 에반스(Faith Renee Evans)와 퍼프대디(후에 P. Diddy로 개명)등 실존인물들이 등장해 그들의 생애와 함께한다. 랩퍼스 파라다이스의 줄거리와 아이디어는 상당 부분 실화에 기인한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절대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힙합의 지존 투팍에게는 추종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여인 에반스도 투팍의 곁을 서성이지만 어쩌다 그가 던져줄 사랑이나 기다려야하는 비참한 처지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조금 더 먼발치에 투팍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려 늘 기회를 빼앗겨 온 비기가 있다. 이들의 관계는 그런대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에반스도, 비기도 투팍의 위세에 주눅이 들어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어느 날 이들 앞에 탁월한 흥행사 퍼프대디가 나타난다. 그는 서부 힙합계를 장악한 투팍에 맞설 대항마로 비기를 선택한다. 누군가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했던 비기는 결국 투팍을 배신하고 퍼프대디와 손을 잡아 동부 힙합계의 스타가 된다. 절친했던 친구를 잃은 투팍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인이었던 에반스 역시 퍼프대디와 밀약하여 그에게 누명을 씌우고 비기의 품으로 가버린다. 투팍과 비기는 결국 어둠을 벗어나고 싶다던 어릴 적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오욕과 복수의 어둠속으로 영원히 사라진다. 수많은 팬들이 그들의 랩에 열광하였지만 그들에게 있어 랩은 삶 전체를 지배했던 치열한 무엇이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삶은 더욱 외롭고 불안했던 것이다.

 

흔히들 ‘힙합’이라 하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랩과 역동적인 댄스 등 음악적 특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본래 힙합은 1970년대 후반 뉴욕 할렘가의 흑인들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한 문화운동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미국보수사회에 대한 저항의식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함을 표방하였던 힙합은 가난과 인종차별에 시달리던 흑인들로 하여금 해방감을 맛보게 하였고 백인 빈곤층에게까지 지지를 얻어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랩퍼스 파라다이스에서는 당시의 할렘가가 얼마나 고립되고 황폐하였었는지 어린 투팍과 비기의 대화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비기가 지옥 같은 할렘에서 벗어나는 게 자신의 꿈이라고 말하자 투팍이 대답한다. “넌 욕심이 너무 많은데? 난 그저 여기서 살아남고 싶을 뿐인데.” 90년대 들어 힙합은 춤과 음악은 물론 의상, 미술, 더 나아가 의식에 이르기까지 <힙합스타일>이라는 하나의 문화현상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 젊은 층의 삶속에 파고든다. 투팍과 비기는 90년대 중반 힙합음악계에서 갱스터랩(폭력과 범죄 등을 미화하여 거리의 삶을 찬양)이 최정점을 이룰 당시 미국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영웅들이었다. 어린 시절, 할렘가라는 암흑 속에서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었던 그들의 목소리는 랩을 통해 분출이 되었고 많은 이들을 열광케 하였다. 이들에게 있어 힙합은 정중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따뜻한 빛이기도 했지만 전쟁터의 ‘무기’와 다름없는 어둠으로도 삶에 짙게 자리한다.

 

 


 

현재에 이르러 힙합은 더욱 다양한 옷을 갈아입으며 좀 더 폭넓은 층을 끌어 들이고 있다. 혹시라도 랩퍼스 파라다이스에서 남이야 알아듣든 말든 자기들끼리 랩이나 쏟아내는 무대를 상상했다면 겁내지 말고 그들에게 다가가 보자. <랩퍼스 파라다이스>는 관객들이 진심으로 호응하고 즐거워한다면 배우들이 얼마나 신이 날까 싶은, 공연이 열리는 동안만큼은 모두의 천국이 되는 그런 무대이다. 단언컨데 연세 지긋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외치고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랩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 언어와 참 비슷한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랩'은 홀로 남은 투팍의 절절한 외로움과 계산되지 않은 자유로운 사랑을 표현하기에도, 그들의 은밀한 우정과 청춘의 거침없는 질주를 표현하기에도 좋다. 랩퍼스 파라다이스에서는 여우같다 싶을 정도로 랩의 매력이 적소에 발휘되고 있다. 또한 조연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의 외모와 음색이 맛깔스런 조화를 이뤄내며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배우들 한명 한명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기 바쁠 것이다. 여운은 꽤 오래간다. 극장을 나선 당신은 퍼프대디와 에반스가 비기를 추모하며 부른 의 실제 공연 동영상을 찾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대학로 두레홀4관. 오픈런(기한없이 계속 공연). 문의 (02)3445.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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