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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09/09 11:25:28  김다인




[인터뷰] 연매출 2000억, 그 자신이 ‘파워브랜드’인 쇼호스트 유난희(하)
“최고매출보다 중요한 건 후배 롤모델 되는 것”


 

【인터뷰365 김다인】쇼호스트 유난희씨는 여러 면에서 ‘프런티어’다. 국내 1호 쇼호스트라는 타이틀이 일찌감치 걸려 있고 쇼호스트 프리랜서제를 확립했으며 일반적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시청자와 소통을 시작한 장본인이다. 그 외에도 쇼호스트 최초로 스모키 화장을 하고 출연 때마다 네일아트를 바꾸는 등 깨알 같은 일들도 해냈다.
인터뷰 전편에서 그의 험난한 ‘시험인생’이 펼쳐졌다면 이제는 ‘스카웃 인생’이 펼쳐진다.


쇼호스트라는 직업이 생소했을 텐데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함께 공부했던 방송예술원 동기들 모임에 나가면 지금 뭐해? 라고 물었다. 쇼호스트 한다고 대답하면 그게 뭔데? 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누구도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몰랐다. 동기 모두 방송국 쪽에 일을 하고 있어서 홀대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댁 스트레스까지 심할 때는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그런 나를 잡아준 사람이 고려진 아나운서였다. 전설적인 아나운서였던 그 분은 39쇼핑에 특채되어 나와 함께 교육을 받았다. 내가 그만둘까보다 했더니 왜? 하고 되물으셨다. 그러면서 당신 얘기를 하셨다. 20여 년 인기 절정의 아나운서 시절을 지나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39쇼핑 사장님이 함께 일하자고 연락을 해와 한달음에 나오셨단다. “내 아나운서 동기들은 다 놀고 있어, 나만 일해”하며 일하는 즐거움을 역설하셨다. 당시 그 분 나이 54세였다. 그 말씀을 듣고는 포기하려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쇼호스트를 개척한 입장에서 롤모델이 없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에서 가져온 쇼호스트들의 녹화테이프를 틀어놓고 연구했다. 또 동기들끼리 모여서 어떻게 상품을 설명할 것인지 마치 입시공부 하듯 함께 연구하면서 한국형 쇼호스트의 모델을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가 왜 39쇼핑을 그만두게 된 건가.
1998년 6월 입사 3년 만에 사표를 냈다. 나름대로는 애정이 듬뿍 담겼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해 3월 쇼호스트들의 연봉협상 거부사건 등이 있으면서 방송정지도 당하고 또 믿었던 사람들한테 배신도 당했다. 그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면서 애들을 돌봤다. 늘 바빠서 아이들을 챙겨주지 못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쉬면서 39쇼핑을 보니 여러 가지 단점이 보였다. 가장 거슬리는 것이 쇼호스트들이 왜 저렇게 소리를 지르나 였다. 이때 생각을 실행에 옮겨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현대홈쇼핑 시절에 목소리 톤을 낮췄다.


복귀하면서 LG홈쇼핑(GS 홈쇼핑의 전신)으로 스카웃 됐고 다시 2001년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의 전신) 쇼호스트 팀장으로 스카웃 되면서 연봉 1억 원을 제의 받았다. 스카웃 될 때마다 거둔 성과가 어떠했나.
LG홈쇼핑에서 패션, 보석, 명품 등을 소개하는 5~6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하루 최고 1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홈쇼핑으로 스카우트되면서 연봉 1억3천만 원에 계약했다. 이때 억대 연봉 계약 기사 나가고 방송에 시어머니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사가 나가기 전 6년 동안 누구도 쇼호스트에 주목하지 않았다.


유난희씨는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인기 강사이기도 하다.

 

해외 출장은 일 겸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올해 이탈리아 출장 때.


이쯤 되면 본인만의 독특한 마케팅 기술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홈쇼핑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파는가.
첫째는 정확한 정보다. 처음에는 생선에서 노래방 기기까지 다양한 물건을 소개했다. 쇼호스트로는 내가 처음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배울 교과서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 홈쇼핑 테이프를 보면서 공부했고 정석대로, 상품 위주로 소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나친 과장이나 엔터테인먼트는 절대 하지 않았다.
둘째는 스토리를 만든 것이다. 정확하게 상품 소개와 더불어 그 상품이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 스스로 많이 공부를 해야 했다. 예를 들어 현대홈쇼핑 시절 버버리 제품을 소개하면서 버버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명품을 모르고 당시는 인터넷도 발달되지 않아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강남 백화점에 비치되어 있는 명품 소개 잡지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공부한 내용으로 방송을 하니 MD, 업체 관계자 모두 놀랐다.
셋째는 소통이다. 일방적인 상품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반응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 최초로 시청자들이 보내온 SNS를 방송 중에 읽어주기 시작했다. 마치 시청자와 마주 앉아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이 역시 성공했다.


우리홈쇼핑을 떠나면서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자유롭게 자신만의 방송 방식을 연구했나.
아까도 말한 것처럼 우선 목소리 톤을 낮췄다. 프리랜서 일을 처음 시작한 현대홈쇼핑 시절이다. 그때 명품 등 해외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팔려고 하지 말자, 사라고 하지 말자, 목소리를 낮추자 결심했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목소리 톤을 낮추고 천천히 말하려면 내용이 풍부해야 한다. 그래서 더 공부를 하고 방송을 했다. 처음에는 졸립다는 평이 쏟아졌다. 그래서 윗분들께 많이 불려갔다.(웃음) 하지만 시청자들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고정 팬들이 생겼고 내 방송을 테이프로 만들어 신입 쇼호스트 교육용으로 쓰기도 했다. 


쇼호스트의 최고 덕목 중 하나가 자신이 소개하는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문적인 이야기면 됐지 굳이 사라고 하고 싶진 않았다. 그건 시청자들이 선택할 몫이다. 대개 쇼호스트들은 마무리 멘트에서 무이자 몇 개월, 자동주문번호는 몇 번이라고 다시 한 번 각인시켜야 한다. 제작진에서 몇 번 그 멘트를 했는지 체크하기도 한다. 그 멘트를 하지 않은 쇼호스트는 내가 처음이다. 안 하고 싶었다. 그래서 LG 때도 몇 번 경고 받고 불려가기도 했다. 그래도 후배 PD가 “다른 쇼호스트들은 주문번호 등을 얘기하지 않으면 콜이 떨어지는데 언니는 하나 안하나 그대로다”라고 얘기해 준 적이 있다.


방송을 보니 다른 쇼호스트와 달리 ‘고객님’이라는 소리도 안한다.
어떻게 알았나. 초창기에 쇼호스트라는 직업이 무시당하는 게 싫어서 방송인답게 하자 결심했다. 가능하면 공정하게 진실하게 하고 싶었다. 단순히 상품판매원 취급을 당하기는 싫다는 생각이 강하면서 고객님 소리는 안하게 됐다.


그런 전형적인 멘트를 하지 않아 제품 판매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 함께 일하는 PD나 MD가 싫어하지 않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PD, MD보다 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씩 더 까칠해지는 것 같다. 제품을 많이 파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쇼호스트라는 직업이 존경받는 직업이 되는 것이다. PD들도 저마다 매출 그래프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제품을 띄워 많이 파는 쇼호스트를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제품의 문제가 되는 점은 슬쩍 넘어가도 되는데 난 굳이 시시콜콜 다 말한다. 그러면 PD가 “그 멘트 그만”이라고 프롬프터를 친다. 콜 떨어진다고.(웃음) 하지만 가방을 소개할 때 인조가죽 까진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해서 오히려 많이 팔린 적도 있다.


현재 최고 매출을 올리고 있는 쇼호스트의 여유인가.
제품에 대해 솔직하게 다 얘기하면 최고 매출을 못 올리는 경우도 있다. 같은 제품을 후배가 더 많이 팔기도 한다. 지금은 최고 매출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제대로 진행하는 진행자가 되고 싶다. 처음 배웠을 때 그때 그대로. 매출액보다 더 무서운 것은 후배들로부터 유난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이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 내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생각이다.


제품에 대한 문제를 얘기하니 지난 7월에 있었던 이른바 힐링크림 사건이 생각난다. 천연성분만 들어있다고 소개된 제품에 식약처가 금지한 스테로이드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소비자들로부터 민원이 폭주했다는데 이 경우 쇼호스트는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고 보나.
쇼호스트가 제품에 들어간 성분을 다 아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쇼호스트가 하는 말을 믿고 구입하니까 좀더 신중해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인생의 멘토가 스티브 잡스라는 그는 이제 스스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요즘 홈쇼핑 매출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홈쇼핑을 통해 그동안은 사기 꺼려하던 옷이나 가방 등도 잘 산다고 하는데, 실제 체감하나.
물론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GS 경우만 봐도 2007년부터 시작한 가방이 어마어마하게 팔려 작년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입점을 했다. S브랜드는 무려 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덕에 가방 팀 담당이 승진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패션 쪽에 힘을 주고 있는데 매출 상승이 놀랄 정도다.


지난해 본인이 올린 최고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한 시간에 12억~15억 원, 두 시간에 42억 원 매출을 올린 적이 있다. 평균 10억 원만 잡아도 일주일에 4회면 한달에 160억원이다. 일년이면 1500억~2000억 원 매출을 올린 셈이다.


한 사람이 그 정도 매출을 올린다니 대단하다. 그렇다면 매출 상승을 위해 입점업체에서 특별히 쇼호스트로 유난희씨를 지명하는 경우도 있나.
그렇다. 특히 론칭하는 업체에서는 날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차 매출이 안정되면 다른 쇼호스트로 바뀐다. 그럴 때마다 아, 내가 많이 받기는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쇼호스트를 보니 70퍼센트가 여성이다. 선후배 사이이긴 하지만 경쟁도 치열할 것 같다.
(웃음) 물론 있다. 옷이며 화장이며 저마다 예쁘게 꾸미고 카메라 앞에 서길 원하니까.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것 같은가.
4년 전 분장실에서 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선배님이 끝낼 때가 우리가 끝날 때”라고. 그때 아하, 매출을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후배 (정)윤정이는 “선배님 하는 그대로 할 거예요”라면서 나를 겁준다. 멋있게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쇼호스트 후배 가운데 ‘포스트 유난희’로 눈여겨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CJ홈쇼핑의 동지현이 눈에 들어온다. 친한 후배는 아니지만, 진행방법이 마음에 든다. 쇼호스트들끼리는 누가 진실을 얘기하고 누가 허풍을 떠는지 다 안다. 동지현은 깔끔하고 군더더기없는 진행을 한다. 넘치지 않고 딱 떨어진다.


후배들에게는 롤모델이 되겠지만 정작 자신은 보고 따를 모델이 없다. 인생의 멘토가 있는가.
스티브 잡스다. 잡스가 죽었을 때 울었다. 영화 ‘잡스’도 감명깊게 봤다. 자신이 일군 애플에서 쫓겨나는 모습이 새삼 마음 아팠다. 영화 속 대사들이 생생하게 와 닿았다. 나도 잡스처럼 하지 말라는 것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 잡스뿐만 아니라 난 위인들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위인전을 읽고 자라서인지 위인들의 삶이 내게는 멘토 역할을 한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방송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아주 드물지만 어느 제품은 꼭 사라고 권유도 한다. 그 경우 시청자들은 100퍼센트 신뢰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닌 경우는 어떻게 하나.
(웃음) 시청자들이 용하게도 그런 걸 다 알아챈다. 내가 권하는 제품은 물론 신뢰를 하지만 별다른 멘트를 하지 않는 제품들에 대해서도 내 생각을 다 읽는 것 같다.


시간당 최고 매출을 올리는 입장에서 본인도 본인이 소개하는 제품을 구매하나.
많이 산다. 직원 할인이 있어서 친한 MD에게 부탁해 사곤 한다. 회사에는 갖가지 샘플들이 많이 들어와서 화장품 등은 거의 내 돈으로 사는 일이 없다. 그래도 매달 뭔가 꾸준히 사는 걸 보면... 이것도 트렌드를 알고 또 시청자와 공감해야 하는 내 일의 연장이다.(웃음)


줄곧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왔다. 앞으로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쇼호스트로서는 중소기업에 좀더 눈을 돌리고 싶다. 대기업에 비해 마진율이 너무 적어서 늘 신경이 쓰인다. 개인적으로는 크든 작든 토크쇼를 해보고 싶다. 바바라 월터스나 오프라 윈프리처럼. 나보다 멋진 삶을 산 사람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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