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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09/27 11:28:39  이희승




‘소원’이를 지키는 코코몽 아빠 설경구
“푹 쉬다가 내년 초 강우석 감독의 ‘투포졸’ 출연”


 

인터뷰365 이희승눈물이 타고 흘러 목으로 넘쳐난다. ‘소원’은 곽 티슈 하나는 옆에 끼고 봐야 할 영화다. 표면은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누군가는 시작했어야 할 ‘치유’에 대한 내용이 태반이다. 사건이 가진 파장을 진한 먹먹함으로 채우는 건 이준익 감독의 힘이다.
이준익 감독은 사석에서 한 흥행에 대한 농담이 은퇴로 이어진 이상한 케이스다. 가타부타 토를 달고 싶지 않았던 건 그만큼 창작의 고통에 지켜서일 수도, 점차 삭막해진 영화 현실에 대한 도피였을 수도 있다.
그에게 다시 메가폰을 쥐어 준 건 ‘소원’이 가진 비극과 감동의 힘이었다. 여기에 용기를 보탠 건 설경구였다. 그는 극중 9살 딸이 겪은 상처에서 좌절하거나 목 놓아 울지 않지만 절절한  부정을 연기하고 있다. 감독과 스태프들까지 철철 울어도 그만큼은 눈물을 삼켰다. ‘소원’은 설경구의 세세한 노력이 눈에 보이는 ‘착한 영화’다.
그래서일까. 설경구는 인터뷰 내내 성폭력이란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았다.
유난히 올해 개봉운이 몰린 탓에 붙은 ‘다작배우’라는 타이틀에 설경구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특유의 장난은 여전했다. 인터뷰 도중 그를 알아 본 중년 팬이 몇 장씩 싸인지를 들이밀어도 그의 유쾌한 ‘말빨’은 단골 호프집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거기 특제 메뉴인 번데기탕이나 다 같이 먹으러 갈까?”


천만 관객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 출연도 적극 고려했었다고 들었다. ‘소원’도 남다른 부정을 다룬다. 최근 들어 이런 소재에 끌리는 이유가 있나.
들어오는 걸 열심히 찍자는 주의다. ‘소원’은 아예 표지조차 들춰보지 않았다. 애초에 어떤 영환지 얼추 듣고,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끌리지가 않았다. 그 어린아이가 당한 상처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송)윤아가 먼저 보더니 막 울었다. 그리고는 이준익 감독님을 만나보라더라. 나는 감독님하고는 안면이 없었으니까 도대체 왜 이 영화를 찍으려는지 물어나 보려고 만났다.


처음부터 껄끄러웠다?
감독 미팅 전에 책(시나리오)은 읽어야겠어서 보기 시작하는데 너무 감정이 격해져 울다 덮고, 울다가 한숨 쉬고. 그러다 또 읽고 그랬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슬프고 힘든데 연기는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렇다면 감독이 어떻게 설득한 건가.
상처는 도려내야 한다고 하더라.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기면 이사를 가거나 잠적하는 경우가 태반이란다.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보복이나 이웃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아무도 모르게 자취를 감춘다더라. 영화로라도 그 사람들을 감싸줘야 되지 않겠냐고 한 말이 가슴을 울리더라.


현장에서는 감독이 더 울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맞다. 어찌나 많이 우는지 보기 민망했다. 너무 철철 우니까 도리어 배우들이 울 수 없더라고. 우는 건 관객들의 몫이지 우리가 울면 지는 거라고 엄지(엄지원의 애칭)와 미리 상의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슬픈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미치는 거다. 이 영화는 일부러 시간의 흐름대로 찍었다. 그래서 배우들 마음속에서 울분이 점점 차올랐다. 하지만 다들 미쳐있을 때 아버지인 나 하나쯤은 냉철해야 한다고 봤다. 뭔가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 아닌가. 오죽하면 영화 제작사 관계자가 “여배우는 감정이 강렬한데, 형은 너무 밋밋해”라는 소리도 했다.


감정적으로 엄청난 계산이다.
개인적으로 호흡이 긴 영화를 하고 싶었다. 사건을 재현하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영화로 다가가야 되니까 계산을 철저하게 했다. 이런 영화일수록 본능대로 찍기가 힘들다. 머릿속에 감정에 대한 준비와 계산이 돼야 몸으로 연기가 나온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 ‘소원’의 장면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은 뭔가.
아무래도 난 가면을 써야 되는 것 같다. 내가 코코몽 속에 들어가 연기하는 게 정말 예쁘고 잘 나왔다. 딸인 소원이와 코코몽이 한 장면에 잡히는 투샷에 가장 애정이 간다. 나는 소원이가 코코몽이 필담을 나누는 그 장면만 보면 눈물이 흐른다. 거기에서 “친구들이 기다리잖아”라고 적는 딸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건 곧 소원이의 이야기거든. 이 영화는 이웃들이 너무 착하다. 터무니없이 맑고 따듯하다. 감독님이 바란 게 사실 그런 점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가장 안타까운 신은?
극중 영석엄마 역으로 나오는 라미란이 우리집을 청소하는 신이다. 원래 아기 옷을 아빠인 내가 사서 준비해 주는 걸로 촬영을 했는데, 편집의 힘인지 엄마의 친구이자 가장 착한 이웃인 미란이가 사온 것처럼 나왔더라. 속상했다.(웃음)


극중 코코몽 캐릭터를 본다면 아들이 좋아하겠다.
뽀로로는 4세 미만의 대통령이고 5세부터 초등 3년까지는 코코몽이 대세다. ‘소원’을 계기로 드디어 주제가를 외웠다.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38개월인데 지금 23kg이다. 키도 또래보다 훨씬 크고, 발은 대여섯 살짜리 사이즈다. 그래서 절대 못 안아준다. ‘타워’ ‘감시자들’ ‘스파이’까지 3편을 연달아 개봉하는 바람에 많이 못 놀아줬다. 올해 찍은 영화는 ‘소원’이 유일한데 개봉시기가 이렇게 꼬여 버렸다. 내년 초까지는 죽 쉴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의 차기작에 들어가기로 한 건 어쩌고. 장쯔이가 출연한다고 들었는데.
엎어졌다. 그것도 충무로 길 가다가 결정된 거다. 감독님이 (원)빈이하고 나를 불러서 아예 다시 가는 걸로 엎는다고 하시더라.


그렇다면 집에서 쉴 때는 주로 뭘 하나.
술 마시다가 탈나서 며칠 쉬고. 널브러져 있다가 다시 기회 생기면 축 널부러진다. 진짜로 그걸 반복한다.(웃음) 그래서 요즘 홍보 활동을 많이 하는데도 살이 좀 붙었다.


요즘 연달아 대작들의 시사회가 진행됐다. 3대 메이저 영화사들 대결이다. 롯데의 ‘소원’ 쇼박스의 ‘화이’ CJ의 ‘깡철이’까지. 개봉도 엇비슷하다.
내가 절대 안 하는 일이 내 영화의 리뷰를 찾아보거나 검색하는 거다. 그런데 ‘소원’은 예민해져서 시사회 전날 잠이 안 왔다. 곡해하는 건 종이 한 장 차이 아닌가. 소재가 예민한 만큼  신경이 많이 쓰였다. 흥행적으로는 ‘소원’이 제일 잘됐으면 한다.


올해 개봉된 설경구 주연의 다른 영화들. ‘감시자들’과 ‘스파이’


가장 걱정되는 건 아역 배우들의 트라우마다. 제작사에서는 ‘사전 상담과 전문가 입회하의 촬영’을 강조했다.
어느날은 소원이 역할을 하기로 한 이레가 온다길래 기다렸다. 들어오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아빠, 나 어제 ‘타워’ 보고 엄청 울었어요” 하는 거다. 이레 어머님 말씀이 마지막 신에서 내가 죽는 걸 보더니 집에 갈 때까지 펑펑 울었다고 한다. 이레 소원이 연기자이긴 하지만 영화 ‘소원’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거절하러 왔다.


그런데 어떻게 출연한 건가.
일단 감독이 사건의 순서대로 찍으며 배우들을 챙겼다. 아이에게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들어가면서 현장에서 놀 수 있게 하더라. 그런 일이 터지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당했다’는 느낌보다 ‘많이 다쳤다’라고 느낀대서 이레한테도 그렇게 강조하는 모습이 보였다. 연기할 때 분장이 엄청 심하게 들어가는데 그게 나으면서 아이도 밝아졌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망가지면서 이레도 얼마나 재잘대고 뛰어놀던지. 촬영 때 심각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눈치보고 기가 죽는 걸 감독님이 알고 계셨던 거다.


유독 감독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영화는 소재의 힘과 묵직한 메시지를 내세운 만큼 ‘대국민 시사회’를 연다. 법정 마지막 신에서 소원이를 안고 나오는 장면도 원래는 없었다. 바로 컷!을 외쳐야 되는데 안 끊길래 내가 안고 나왔다. 그걸 보고 모든 스태프들이 다 울었다. 난 보조출연자가 그렇게 격하게 우는 건 영화하면서 처음 봤다. 걸어 나온 뒤 감독이 어디 있나 봤더니 저~만큼 구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복귀작으로 알려졌다. 만약 블록버스터를 들고 나왔으면 정말 얄미웠을 거다. 이준익 감독이 농담조로 은퇴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기사화해 기정사실로 만든 기자들이나 거기에 토를 안 단 감독의 복귀작으로는 썩 괜찮은 작품 아닌가.


톱배우 입장에서 현재 아역 배우들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
이 영화의 원제가 ‘작은 손’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아역 배우들에게 많이 기댄 영화다. 이레가 ‘소원’을 찍을 때 7살이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4월 한 달간은 촬영하느라 못 갔다고 들었다. 극중 영석이 경우엔 “감정 잡을 시간 좀 주실래요?”하는 녀석이다. 아이고. 같잖아서.(웃음) 얼마나 귀엽고 웃기나. 시간 좀 달라는 게. 그러다가 뒤에서 감정 잡고 나타난다. 눈물 그렁그렁해져서. 그 녀석이 캐스팅된 건 순전히 라미란과 윤상호란 배우를 섞은 얼굴 때문이었는데 점차 오디션을 보면서 성장한 거다. 그 흡수력과 빨대처럼 쫙 들어가는 연기는 정말 부럽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그 나이 때는 도저히 못할 연기들을 하고 있다는 거다.


‘꽃잎’에서의 이정현도 15살이었다.
그때 내가 세피아 끌고 다닐 때였는데 현장 출퇴근 할 때마다 같이 다녔다. 오직 서태지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싶다는 이유였다. 당시에 정현이 꿈이 서태지랑 결혼하는 거였다.(웃음) 그래서 지금도 서른이 넘었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하긴 당신이 ‘꽃잎’에 출연할 때가 20대 후반이었고 막 영화계 입문한 막내였다. 지금은 적응된 건가.
원래 역할에 스며드는 타입은 아니다. 굳이 나누자면 ‘소원’은 순간이 소중한 영화였다. 원래 극중 딸 이름도 소원이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제목을 바꾸면서 똑같이 바꿨다. 거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영화의 소원이 무엇인지. 예전에 ‘라디오 스타’ 때 박중훈 선배한테 이준익 감독 현장 어떠냐고 했더니 “그냥 소풍가는 것 같았어” 했는데 영화를 끝낸 지금은 그게 어떤 의미인 줄 알 것 같다.


‘폭풍 개봉’이 지나면 설경구는 잠시 ‘널부러져’ 있다가 내년 초 강우석 감독의 ‘투포졸’에 출연한다.


본인의 필모그라피에서 의외의 작품을 꼽는다면.
정말 뜻밖은 ‘감시자들’이다. 너무 편하게 찍은 영화지 않나. 내 출연분량의 반 이상이 봉고차에서 앉아있는 거였다. 그런데 완성작을 보니 너무 잘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영화제에서 두 번째 보면서도 막 감동했다. 그 영화의 감독이 2명이고 찍은 분량만 해도 만 컷이 넘는데 거기서 9천여 컷을 죄다 이어 붙였더라. 그래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감독들한테. 솔직히 두 감독 모두 잘 된 영화가 하나도 없었는데 ‘감시자들’은 너무 잘 찍었다.


가장 아쉬운 작품으로 ‘스파이’를 꼽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그 영화는 ‘퀵2’를 찍는 것 같았다. 그 영화를 제작한 JK필름 윤제균 감독하고는 ‘해운대’를 찍은 절친인데도 별로라고 말한 영화였는데 내가 그 2편을 찍고 있는 거야.(웃음) 내가 사실 올해가 삼재라 잘 버티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자.


그래도 이젠 알 건 알아야 하지 않나. 문소리씨도 기억 안 나는 걸로 하자던데.
(잠시 고민하더니) 솔직히 나는 ‘스파이’가 돈 번 영화로 기억됐으면 한다, 쪽팔려서라도.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애초에 하기로 했던 감독님이 했어야 한다고 보고. 감독 버전의 시나리오와 제작사 버전의 시나리오가 따로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을 보여주며) 그런데 이런 것 봤나?


말 돌리기는. 탁자에 올라 춤추는 ‘소원’ 출연진이 보인다.
누가 알겠나. 이 훈훈하고 따듯한 영화의 뒷풀이가 이렇게 광란이었을 줄.(웃음) 굉장히 드문 경우다. 요즘엔 어떤 영화에도 이런 친분은 드물다. 극중 범인과 경찰청장이 한 탁자 위에서 흥겹게 춤추는 걸 상상해봐라. 나에게 ‘소원’ 은 이렇게 훈훈한 기억이다. 관객들이 잔인한 사건 그 너머의 관심과 노력을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은 정말 없는 건가.
없기는. 강우석 감독님이 매년 하자는 공공의 적 시리즈가 있는데, 우리끼리는  ‘투포졸’이라고 부른다.(웃음) 배경은 조선시대다. 감독님이 '전설의 주먹'을 계기로 절대 두 시간 넘는 영화는 안 찍고, 이제는 돈만 버신다고 했으니까 웃음은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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