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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10/18 17:36:12  이희승




나이를 삼킨 아이 ‘화이’ 여진구
“연기는 평생직업, 한순간도 지겹지 않다”


 

인터뷰365 이희승한 여배우가 “남들은 상대배우가 정우성, 차태현인데 나만 고작 8살짜리 꼬마”라고 울상을 지었던 영화가 있었다. 엇갈리는 삶 속에서 마주하는 찬란한 이별을 그린 이 작품은 영화 ‘새드무비’. 유난히 바쁜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로 나왔던 이 소년은 그러나 유달리 호소력 있는 얼굴과 똘망한 눈빛으로 영화 관계자들을 주목시켰다.
어리디어린 소년이 훈훈하게 자라 지금의 여진구가 되기까지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로 이름 붙여진 수많은 단역을 거쳐야 했다. 한순간에 주목받다 사라진 친구들도 있었고 ‘아역 스타’로 이름 붙은 신인들도 탄생했다. 불안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쉽게 질리고 흥미를 잃는 탓에 한 가지를 꾸준히 해 본 적이 없었던 이 소년은 “이상하게 ‘연기’만큼은 한 순간도 지겹지 않았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렇게 쌓은 필모그라피만 26편. ‘쌍화점’의 조인성 아역, ‘타짜’의 조승우 어린 시절을 거쳐 국민 드라마로 불렸던 ‘해를 품은 달’에서 보여준 여진구의 존재감은 가장 핫한 ‘라이징 스타’로서의 모든 면을 갖추고 있다.
이제 여진구는 고작 17살의 나이로 범죄에 연루된 5명의 아버지를 둔 화이로 변신해 대중 앞에 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라는 제목만큼이나 괴물 같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상태다. 특히 극중 어린 나이에 납치돼 친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키워진 화이의 우울함과 또래에 대한 갈망은 이제 막 청소년이 된 배우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찍은 아이러니한 상황과 묘하게 겹치면서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저 진짜 아직 영화 못 봤거든요. 정말 볼 만한가요?”
여진구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테지만, 지금의 이 반짝반짝함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그래서 그의 바람대로 쭉 ‘배우’로서 살아남기를 바라본다.


8살 때 여배우, 염정아가 했던 말 기억하나?
정말 그랬나?(웃음) 기억 안 난다. 연기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들어간 영화라 솔직히 많은걸 기억하진 못한다. 많이 챙겨주신 것밖에.


아마 지금쯤 엄청 후회하지 않을까. 이렇게 훈훈하게 자라났으니. 연상녀들의 러브콜이 남다르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얼떨떨하나. 연상, 몇 년까지 커버 되냐고? 부모님 나이보다 어리면 될 것 같다. (이 인터뷰를 한 며칠 뒤 21살에 자신을 낳은 엄마의 나이가 공개됐다) 너무 의식한 발언일지 모르지만 난 나이는 중요지 않다고 본다.


그럼 뭘 보는 건가. 내 여자는 이것만은 꼭 갖춰야 되는,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항목.
아직 제대로 된 경험은 없지만 ‘애교’만큼은 포기 못한다. 촬영에 지쳐 집에 들어왔을 때 피곤이 녹는 듯한 애교를 갖춘 여자였으면 좋겠다. 5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딸 같은 아들이라 애교가 많아 사랑을 많이 받는다. 난 죽어도 그게 안되니 내 여자만큼은 애교가 많았으면 한다.


‘화이’에는 여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극중 임지은 남지현 선배하고의 분량이 너무 적어서.(웃음) 그래도 남자만 우글거리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난 지금 남고를 다니지만 정말 편하고 좋거든. 남고 특유의 엄청 개구지고 막 장난쳐도 용서가 되는 그런 에너지가 있다. 난 사실 내가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된 줄 알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께 ‘그러면 내 아버지들은 누굴 생각하고 계세요?’라고 여쭤봤더니 캐스팅보드를 보여주는데. 우와~ 내가 평소에 너무 좋아했던, 감히 범접 못했던 분들의 사진이 죄다 붙어 있는 거다. 내가 과연 여기에 끼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영화 ‘화이’에서 여진구는 4명의 관록있는 연기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 촬영현장 그리고 시사회장에서 여진구는 늘 4명의 연기자 아빠와 1명의 감독 아빠에 ‘든든하게’ 둘러싸여 있다.


극중 범죄자인 아버지들은 죄다 한 가지 스킬들이 있다. 총이나 칼, 운전부터 계획까지. 솔직히 영화 외적으로 가장 탐났던 기술이랄까. 한 번쯤 배워봤으면 했던 게 있나.
석태아빠(김윤석)의 냉철함과 진성아빠(장현성)의 계획성은 정말 닮고 싶다. 범수아빠(박해준)의 무술과 동범아빠(김성균)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탐난다. 개인적으로 화이는 기태아빠(조진웅)를 가장 사랑했을 거다. 얼마나 살갑게 대해줬을지 상상이 간다. 기태아빠가 자물쇠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게 탐났다.(웃음)


운전도 꽤 잘 하던데.
내가 단 1cm만 몰아도 바로 법에 걸리기 때문에 정지된 차에서 핸들만 돌렸다. 그래서 어느 부분에서 핸들을 꺾고 돌려서 턴을 해야 하는지를 외워야 했다. 어떻게 완성이 됐을지 상상이 안 간다. 다행히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말로는 실감나게 잘 나왔다고 하더라. 정말 궁금하다.


의외로 주변에선 일부 잔인한 장면 때문에 심리 상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미성년자이지 않나.
별로 걱정되는 건 없었다. 어차피 연기이지 않나. 그래도 혹시나 몰라 검사 정도는 받았다. 그런데 되려 너무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아서 좀 무안했다. 8살부터 연기를 했는데 어느 정도는 다 필터링이 되는 것 같다. 부모님이 꽤 강하게 키워주셨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되기도 했고.


그래서 말인데, 그 어린 나이에 왜 ‘배우’가 하고 싶었나.
TV나 스크린 속 연기자들이 그렇게 멋져 보였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하는 치기어린 생각들. 뭘 해도 길게 가는 법이 없었기에 부모님이 연기학원에 등록해 주셨다. 조건은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바로 관두는 것’이었다. 불평이나 느슨함은 용납되지 않았다. 운 좋게 여러 작품을 하게 됐고, 학원은 3개월 정도 다니고서는 바로 끊었다. 그 당시의 감독님들이 괜히 전형적인 ‘연기물’ 들까봐 관두라고 했다.(웃음)


감독의 디렉션을 그때부터 잘 습득했다고 들었다.
‘화이’의 경우엔 장준환 감독님의 디렉션이 너무 정확해서 정말 많이 배우는 현장이었다. 얼마나 정확하고 설득력이 있는지 그렇게 안하면 연기가 아닌 것 같았다. 촬영 전에는 4차원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좀 있었다. 뭐랄까. 주변에서는 10년 만의 작품이라고 다들 부담을 팍팍 주는데, 근엄하기보다는 너무 잘 노시고, 나보다 더 ‘화이’에 빠진 게 보였다.


원래 감독님의 스타일이 그런 편이다.
20테이크가 기본이었다. 한 장면을 스무 번 이상 찍으셨다. 거의 모든 신들을 그렇게 하면 힘이 들 법도 한데, 확고함과 설득력이 있으셔서인지 현장 모두가 수긍하고 믿고 가는 분위기였다. 그런 현장이 너무 좋았다. 든든하고.


“학교 친구들과는 평범하게 장난치며 지낸다. 애들이 여자연예인 얘기는 안묻더라. 하하.”


영화도 잘 됐지만 요즘엔 시트콤 때문에 거의 밤을 새는 스케줄이다. 학교생활은 어떤가.
내가 남고를 간 게 진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망가지고 편하게 있는 편이다. 학기 초반에는 ‘쟤가 배우야?’라는 눈빛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같은 학생으로 봐준다. 이 시기에는 ‘의리’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나. 내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 먼저 장난치고 그러는 걸 못하는데 다들 허물없이 대해준다. 진짜 좋다.


친구들도 영화를 못 봤을 테고.
아무래도 개봉 후에 말이 많이 되니까 ‘정말 네가 저기 나왔어?’라고 많이 물어본다. 의외로 여자 연예인 얘기를 안 묻더라. 거의가 공부, 게임, 운동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보다 연배가 있는 분들과 같이 있어서인지 내가 욕을 잘 못 하고 입에도 잘 안 붙는데, 친구들도 거칠거나 욕을 하는 애들이 아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면 편하게 장난도 치고 이해해주는 평범한 친구들이라 고맙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의 반응은 어떤가.
내가 쉽게 질리고 짧고 굵게 가려는 성격인 걸 잘 아시는데 내가 연기만큼은 길고 오래 하려는 걸 보고 많이 지지해 주신다. 다른 부모님이라면 진지하게 안 받아들일 법도 한데 ‘한번 해보라’고 하신 게 지금도 감사하다. 연기를 시키려는 극성엄마도 아니었고, 아빠도 전혀 다른 일을 하신다. 게을러지면 바로 혼내시는데 ‘화이’는 촬영부터 끝까지 격려해 주셨다.


그래서인지 ‘화이’에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 바로 부모에 대한 감정이었다고.
나에겐 너무 익숙하고 언제나 현장에 함께 있는 엄마라 그런지, 병실에 누워 있는 엄마를 부르는 게 힘들었다. 화이에게는 처음 부르는 단어이고 어색한 “엄마”여야 했는데, 흡사 병문안 온 아들 같아서. 도리어 나는 액션 신이 생각보다 덜 힘들었다. 난다긴다 하는 액션스쿨 형들도 잘 하는 편이라고 기 세워 주시고. 정두홍 무술감독님의 경우 절대 칭찬을 해주는 법이 없는데, 어제인가, 감독님이 ‘여진구 액션 동영상’을 보시고는 내가 소질이 있다고 코멘트를 남겨주셨더라. 감동했다.


앞으로가 더 험난해질 거란 걱정도 있을 것 같다.
‘화이’ 같은 좋은 작품을 만난 게 꿈만 같다. 지금의 신드롬도 감사하지만 인기만 좇게 될까봐 항상 긴장한다. 한번쯤은 슬럼프에도 빠질 테지만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캐릭터의 몰입부분에선 영화가, 순발력을 배우는 데는 드라마만한 게 없어서 매 순간이 재미있다. 그래서 더더욱 대학까진 연기를 전공하고 싶지 않다. 배우를 평생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한 만큼 현장에서 더 배우고 싶다. 대학 전공은 중학교까진 심리학과가 1지망이었는데, 고등학교 와서 성적표를 보고는 다른 전공도 알아보고 있다. (웃음) 요즘엔 역사학과도 관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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