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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07/18 16:09:59  육홍타




[인터뷰 하] 무협소설가 용대운“ ‘군림천하’ 연재중단 1년, 마지막 두 챕터가 안 써진다”


북카페에서 용대운 작가. 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육홍타】무협소설 작가 용대운은 무협소설 1세대의 끝이자 2세대의 시작이다. 그의 대표작인 <태극문>이 출간된 지 벌써 올해로 20년이다. 요즘 그는 인터넷 연재 중이던 대작 <군림천하>의 연재를 일년 넘게 쉬고 있어 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군림천하>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어서 저도 참 막막하다”는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본다. <편집자주>

 

<군림천하> 연재 지연과 관련되어 홈피를 닫는 사태가 있었지요. 홈페이지를 하시면서 겪은 일이나 느낌은.
홈페이지는 7, 8년 전에 잠시 열었었는데, 제가 직접 참고서적을 뒤적거려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이트의 모양새는 정말 엉성했지만 나름대로 애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전에 한권쯤 써놓았던 <혈마전>이라는 작품을 연재하기도 했었는데, 갑작스럽게 사이트를 폐쇄하면서 연재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사이트를 닫게 된 원인은 몇몇 회원들의 과도한 욕설과 지나친 간섭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소심한 편이고 귀도 얇아서 인터넷이든 전화상으로든 직접 대면한 자리이든 험악한 소리를 듣거나 싫은 사람을 만나면 그 후유증이 오래 가는 편입니다. 당시에도 게시판의 분위기가 험해지는 것 같아 며칠 동안 상당히 괴로웠습니다. 특히 게시판 운영에 너무 신경을 써서 작업도 제대로 안될 정도여서 이럴 바에는 서로 간에 감정이 더 상하기 전에 문을 닫는 것이 저 개인이나 저를 좋아해서 사이트를 찾아주신 독자들에게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눈물을 머금고 사이트를 폐쇄했습니다.
폐쇄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고, 솔직히 속이 시원하더군요. 마음의 큰 짐을 덜은 것 같아서 그 뒤로도 그런 홈페이지를 개설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협계에서 표절시비는 왕왕 있어왔습니다. 용대운 님도 표절을 했다, 당했다 양쪽 입장에서 여러 번 이런 시비에 말려드신 적이 있지요. <군림천하>가 <고본 군림천하>를 표절했다는 의혹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요? 또, <태극문>을 표절한 작가, <마검패검>을 표절한 하모 작가, <강호무뢰한>을 표절한 작가는 어떻게 처리되었나요?
<고본 군림천하>는 사실 제목이 똑같다는 것 외에는 전혀 상관도 없는 작품입니다. 예전에 어느 독자분께서 한번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었는데, 인상 깊은 제목이어서 제 작품의 제목으로 정했다는 것 외에는 내용이나 모든 면에서 관련이 없다고 밝혔고, 그 뒤로는 그러한 의문을 제기한 분을 본적이 없습니다. 오늘 모처럼 다시 그런 말을 들어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하모 작가는 일면식도 없고 연락을 한 적도 없습니다. <태극문>과 <마검패검> 표절에 대해 얼핏 듣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작품을 어떤 식으로 표절했는지를 알지 못하고 확인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강호무뢰한>을 표절한 작가가 있다는 말은 지금 처음 알게 되는 군요. 제 작품의 표절에 대해서는 예전 1990년대 중반에 <마검패검>을 표절한 작가분을 고소하여 해당 작품이 출판된 출판사와 합의를 한 것이 유일무이합니다.

 

유독 표절시비에 많이 휘말리셨는데요.
제 작품을 다른 작가가 표절한 것은 제가 거론할 문제가 아니고, 제 작품의 타 작품과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그런 점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유성검> <탈명검> <도왕>의 작품들에 그런 면이 상당부분 있습니다. 나중에 재간을 하면서 그러한 유사점들을 최대한 덜어내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만, 그래도 애초의 잘못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라는 의식 자체가 별로 없을 때의 일이기는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1999년 <군림천하> 처음 집필 당시 용대운 작가의 모습.

 

‘오대마인’ 시리즈와 ‘왕’ 시리즈, ‘검’ 시리즈, ‘무정’ 시리즈 등등 각 시리즈의 특성과 집필 계기 같은 것을 좀 들려주세요.
‘검’ 시리즈(탈명검, 무영검, 유성검)나 ‘왕’ 시리즈(권왕, 도왕, 검왕)는 특별히 시리즈로 집필할 계획 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계속 작품을 써내려 간 것이 하필이면 비슷한 제목이 되어 독자들이나 출판사에서 기억하기 좋게 임의로 부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왕 시리즈’라는 말도 저는 90년대 중반에 하이텔 무림동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각 작품들을 그런 식으로 시리즈화하여 부른다는 걸 상상도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오대마인’ 시리즈야말로 제가 처음부터 구상하고 기획하는 최초의 시리즈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시리즈라고 해서 연작이거나 내용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철저한 별개의 작품들입니다. 다만 그것을 기획하게 된 기본 취지나 내용상의 흐름이 서로 일맥상통한다는 것이지요.
제가 ‘오대마인’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것은 나름대로 작가라는 소명의식을 조금이나마 갖게 된 <태극문>의 집필 후였습니다. 2세대 작가들의 선배로서 그들이 몸담고 있는 무협계를 위해,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는 독자들을 위해 무언가 이정표 같은 작품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초지일관되게 주장하고 강조하는 무협소설의 가장 큰 덕목은 ‘대리만족’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대리만족의 극한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써보자는 것이 바로 ‘오대마인’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배경입니다.
무협소설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들은 주인공의 행위나 성장, 성공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그로 인한 대리만족이 계속 무협소설을 읽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주인공처럼 잘생겨서 여러 미인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다’라든지, ‘나도 주인공처럼 강해져서 나를 괴롭히는 주위의 모든 여건들을 두 손으로 부수고 싶다’라든지, ‘나도 주인공처럼 똑똑하고 영리해져서 다른 사람들의 위에 서고 싶다’라는 등의 수많은 욕구들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결국 그러한 욕구의 정점에 선 자들, 즉 ‘천하에서 가장 강한 인물’, ‘천하에서 가장 똑똑한 인물’, ‘천하에서 가장 잘생긴 인물’, ‘천하에서 가장 운이 좋은 인물’, ‘천하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물’을 각각의 주인공으로 설정해서 그들의 인생을 제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표현해보고자 한 겁니다. 당신이 만약 그들과 같은 처지라면... 당신은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원초적인 물음을 밑바닥에 깔고서 말이지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추구하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성정을 가진 인물들이니 자연히 ‘마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군림천하>를 끝내고 이 시리즈를 시작할 생각인데, <군림천하>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어서 저도 참 막막합니다. 늙어 죽기 전에 다섯 작품을 모두 끝내면 더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왜 추리소설을 쓰지 않으시나요?
솔직히 그동안 몇 번이나 추리소설을 쓰려고 했었습니다. 하나, 앞부분만 끄적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제 딴에는 재미있는 트릭이라고 구상했는데, 막상 쓰려면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이미 사용했던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워낙 뛰어나고 좋은 추리물들을 섭렵하다 보니 그 작품들보다 최소한 못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제법 컸습니다.
무엇보다 무협소설 자체에 아직은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군림천하>도 완성해야 하구요. 제가 읽었던 수많은 걸작 추리물들과 견줄만한 작품을 쓸 자신이 있기 전에는 앞으로도 추리소설을 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문장사이트의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신데요. 응모작들을 심사하시면서 느끼신 소감이라면.
동료작가인 좌백의 소개로 문장사이트(http://munjang.or.kr)의 장르 담당 심사위원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사이버 문학광장인데, 다른 분야는 모르겠고, ‘장르’라는 분야에는 매달 적게는 서너 작품에서 많게는 칠팔 개의 작품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장르’라고 뭉뚱그렸긴 하지만 그 안에는 SF, 무협, 판타지, 공포, 추리, 로맨스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올라오는 이야기들도 무척이나 다양하고 참신합니다. 그중에는 상당히 기발하고 독창적인 것도 있고, 기성작가인 저도 깜짝 놀랄 정도의 필력을 자랑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물론 어딘지 모르게 엉성하고 미흡한 작품도 있지만, 그래도 신인다운 풋풋함이 있어서인지 항상 읽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집니다.
무엇보다 그중 어떤 작품들도 습작할 때의 저보다는 훨씬 나은 필력이어서 예전 습작 시절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응모작들을 읽다 보면 최근의  경향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의 인터넷 연재사이트에 올라온 작품들 중에는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 같은 천부적인 살인마들을 다룬 소설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그래서인지 응모작들 중에도 그런 작품들이 다수 있어서 간혹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무협이나 판타지 보다는 SF나 로맨스물이 많다는 것도 조금 특이하구요.
요즘 들어 응모작 수가 조금씩 줄어들어서 걱정스러운데,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이 많이 응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013년 교보문고에서 <군림천하> 작가사인회를 하던 중 친구인 작가 좌백과 함께.

 

‘이러다가는 완전히 시대에 뒤쳐진 낙오자가 될 것 같아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시대에 뒤쳐진’이라는 느낌은 어떻게 해서 받게 된 건지 좀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시대는 계속 변화합니다. 독자들의 성향이나 소설의 흐름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군림천하’라는 한 작품에 15년이 넘는 세월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 작품 하나에 너무 오랜 세월을 바치다보니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할 때의 심정과 지금의 심정도 같지 않고 독자들의 정서나 주변 여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십여 년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라도 지금 다시 읽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히려 십여 년 전에 읽었던 것이 지금도 재미있는 경우를 찾기가 훨씬 더 어렵지요. 그런데 저는 한 작품을 이렇게 질질 끌고 있으니 이 작품 하나를 쓰다가 시대에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지요.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오대마인’ 시리즈였습니다. 사실 ‘오대마인’ 시리즈를 처음 기획할 때의 다섯 마인들은 지금과 조금 달랐습니다. 각기 혈마, 잠마, 화마, 신마, 천마였는데, 몇 년 전에 본격적으로 구상을 하다 보니 그중 두 명의 마인들은 너무 고전적이고 현 세대와는 맞지 않는 인물들이더군요. 한마디로 당시의 스토리가 구닥다리가 되고 만 겁니다. 그래서 결국 두 명의 주인공을 다른 인물들로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지금 짜놓은 다섯 명의 주인공들도 막상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습니다.
느린 것 같아도 세월은 계속 흐르고, 우리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무협계도 예외는 아니지요. 그런 면에서 한 작품에 20년 가까이 매달리고 있는 저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고, 어서 빨리 <군림천하>를 끝내고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합니다. <군림천하>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입니다. 이미 20년 전에 처음 군림천하를 구상했던 저와 지금 후반부를 쓰고 있는 저는 비록 같은 사람이지만,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여러 가지가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그런데 20년 전의 스토리를 지금도 맺지 못하고 있으니 많은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요. 모든 게 너무 늦어진 겁니다. 그로 인한 초조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백야님이 용대운님은 반년 동안 15페이지 지우고 1페이지 쓰면서 4킬로가 줄었다고 하셨던데 사실인가요?
<군림천하>를 쓰면서 다음 권을 출간하는데 2년이 걸린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그중 한 번은 가정적인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서 늦어진 것이고, 다른 한 번은 순전히 글이 안 써져서 그렇게 된 경우입니다. 두 번째 경우에는 정말 쓰고 지우는 걸 몇 번을 거듭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살도 빠져 있더군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림천하> 27권을 연재하다 중단한 것이 벌써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연재 분량이 2/3권이고 나머지 부분도 거의 보름 만에 썼습니다만, 결정적인 마지막의 두 챕터가 써지지 않아서 1년을 넘게 매듭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챕터들을 몇 번이나 다시 썼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도 여러 번 쓰고 지우고 해서 말이죠.
별로 중요한 장면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언가 의미심장하거나 쓰기 어려운 부분도 아닌데 안 써집니다. 책으로 기껏 30-40페이지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말해도 믿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저 혼자 끙끙 앓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렇게 고민하는데도 예전보다 살은 잘 안 빠지더군요. 그저 고민했다고 4-5킬로씩 쭉쭉 빠지던 예전이 그리울 뿐입니다.

 

<군림천하>는 언제부터 다시 연재되나요?
하루라도 빨리 연재를 재개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와의 계약 때문에 2/3권을 연재하고 출간할 때까지 중단을 하고는 했는데, 그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출판사와 협의하여 이번에 연재를 시작하면 출간에 상관없이 계속 연재할 생각입니다. 독자들께는 그저 미안하고 송구스런 마음뿐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연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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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홍타

전문 인터뷰어.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일했다.
다양한 장르와 대중문화 개화기 이전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고 천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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