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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5/03/27 11:48:17  김두호




[인터뷰] 대학교수로 인생 2모작 시작한 배우 허윤정
데뷔 30년 기념으로 '까미유 끌로델' 출연


허윤정은 배우 활동과 함께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인터뷰365 김두호】 배우 허윤정(49)은 지금 안양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TV 영화 연극 등 연기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1985년 MBC 드라마 <억새풀>로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로 만 30년을 맞이했다. 3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의 무대에 오르는 연극 <까미유 끌로델>의 타이틀롤로 한동안 잠겨있던 연기 열정을 온 몸으로 풀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학교수는 그의 새로운 인생 2모작의 시작이며 중년을 넘어 선 전문 직업인은 후진을 위해 보람을 심어야 한다는 평소 인생관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성과로 볼 수 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안양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것이다.
드라마 <억새풀>에서 깊은 흡인력의 눈매를 가진 연기자로 사랑을 받기 시작해 <첫사랑>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신돈> 등 TV드라마와 영화 <빙해> <겨울아이>, 연극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2006년에는 <패션>을 타이틀곡으로 한 음반까지 내며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로 주목을 받았던 허윤정을 연기인 30년 기념작으로 선택한 <까미유 끌로델>(서영석 연출) 출연을 앞두고 만났다.

 

30년 연기 인생의 소회를 듣고 싶다.
꿈이 있었다. 봄날 모락모락 초원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기도 하고 끝없는 모래벌판에 스멀스멀 떠오르는 신기루 같은 꿈이 생겨나 어린 내 가슴에서 싹을 트게 한 것이 연극이었다.

유년기, 초등학교 시절에 서울 능동에 있는 어린이회관에서 연극 <플랜더스의 개>와의 만남은 나의 인생에서 연기가 숙명처럼 다가섰고 그렇게 꿈을 확인시켜 주었다. 너무 설레였다. 그 연극을 보고 환상적인 인간으로 보였던 출연 배우들에게 사인 받으러 분장실로 뛰어 다니던 모습이 어제의 일처럼 기억에 또렷하다. 지금도 노래가사가 생각이 날 정도로 어린 가슴 속에 인상 깊게 박혔다. 그게 내 젊은 인생을 연기자로 모두 채우고 오늘의 나로 이어진 것이니 감개무량하다.

 

배우의 길이 타고난 운명이라면 연기활동도 천부적인 소양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막연하게 배우의 꿈을 꾸다가 중학 3학년 때 미스 롯데 시험을 보았는데 덜컥 1차에 합격을 했다. 그러나 어린 학생 신분으로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었는데 무섭고 겁이 나서 중도 포기, 스스로 하차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나의 잠재의식 속에 연예인이 된다는 열망은 지워지지 않았고 마침내 연극배우의 길을 가기 위해 계원예고를 지망했다.

 

중학생 때 미스롯데에 지망했다면 정신적으로도 남달리 성숙해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었고 외모도 굉장히 조숙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철없던 그 시절에 스스로 성인이 된 것처럼 착각을 했던 것도 같다. 타고난 끼가 있었던지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을 몰랐다. 계원예고 1학년 때는 연극 <배비장전> 오디션에 당당하게 지망해서 주연 배우 애랑에 선발되었다. 그로부터 사실상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오르지 연극에 나의 모든 꿈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응시한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겠다. 탤런트가 되고 싶은 것이 연예인 지망생들의 꿈이 였을 때니까.
연기를 하면서도 연예인은 좀 낯설고 이상하게 여겨져 내가 연예인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합격은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과 장난삼아 탤런트 공채에 응시했다. MBC 17기 공채 탤런트 시험에서 수석 합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놀랐다. 가족들도 별로 인정을 하지 않다가 방송국에서 공식으로 인정을 해주면서 다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탤런트 공채 시험 때 나이를 속이고 응시했다고 들었다.

하하하. 그렇다. 학교 수업도 해야 하고 또 나이를 속이고 시험을 쳤기 때문에 수당을 주는 1년의 전속 기간에 스스로 참여를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수상하게 여긴 방송국 고위간부의 호출은 더 엉뚱한 해프닝을 자아내게 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 아이인데 24살로 보인다며 왜 나이를 속였느냐며 따졌다. 응시 자격 기준이 되는 나이에 한 살만 속였다고 대답하자 어이없다는 투로 웃었다.  어쨌든 수석합격이라는 타이틀 덕분인지 나에게 1년이라는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여고시절에 이미 장래성 있고 재능이 있는 배우로 기대를 모으고 이름을 떨 친 것 같다.
그런 셈이다. 계원예고 시절 13편의 공연에서 남들이 못하고 안 하는, 못난이 역이며 미운 역이든 닥치는 대로 잘 소화해 냈다. 표현하기 어려운 개성강한 역할은 모두 내 차지였다.

 

허윤정이 연극 <까미유 끄로델>의 무대에 올라 연기를 펼치는 모습.

 

계속해서 연기를 하며 또 연기공부도 꾸준히 해 온 집념이 놀랍다.
연기 자체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겠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중앙대학교 연극과로의 진학할 때도 역시 수석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대학시절에는 연예인으로의 기대는 별로였기에 순수한 연극인으로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보여 더욱 나를 설레게 했다. 방송국에서 한창 스타반열의 인기인으로 접어들었을 때도 학교의 워크샵 공연을 위해 드라마 출연을 포기하는 의외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

 

여자 연기자는 대체로 수명이 길지 않다. 연기자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저력은 한마디로 어디에 있었다고 보는가.
연기인으로 직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산 덕분이다. 꼭 마음에 드는 역할 뿐만 아니라 남들이 모두 마다하는 역들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배우는 천의 얼굴로 살아야 한다.
대학 3학년 때, 안톤 체홉의 <벚꽃 동산>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공연이다. 사회에서는 이런 공연 못 해 볼 것이라는 막연한 기분에 인기 없는 역할만 도맡아 했었다. 그 당시 내 인생과 머리에는 오로지 연극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누구나 갈망하는 스타의 길을 뒤로 미루고 학교 연극 활동을 더 열심히 한 덕분에 훗날 어떤 역학이 주어지더라도 자신 있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엄청난 연기 에너지로 살아났다.

 

인생에서도 로또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가끔씩 후배들에게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연기를 하고자 하는 갈망과 열망이 있느냐? 있으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며 기다려라. 배우는 평생을 기다리는 직업이다. 자기 비주얼이나 순간의 화려함에 현혹되면 쓰러져, 결국 삶이 파괴되어 버리고 만다. 긴 예술을 위해 짧은 인생을 바칠 각오로 연기를 하라”고 말한다.
내 인생을 통해 볼 때 인생에는 로또가 없다는 것이다. 꾸준히 꿈을 향해 도전하고 노력하면 바라는 결실이 이루어지고 남들보다 우수한 결과를 얻게 되지만 결코 일확천금이 굴러 들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초등부터 꿈을 가지고 오로지 외길을 걸러온 나도 가끔씩 힘든데 자신의 노력을 고사하고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을 바란다면 배우의 꿈을 접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고난과 역경, 배우는 끊임없이 기다리는 작업이라는 확고한 지론은 평생 가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덧 불혹으로 넘어섰다. 회한은 없는가.
연기 욕심만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했던 성격 때문에 최고의 배우를 꿈꾸며 석, 박사에 도전 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연극에의 애정이었다. 성대는 대학로 인근에 위치해 있기에 수업 끝나면 바로 대학로에서 수많은 공연들과의 호흡이 가능했기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박사학위도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도전했지만 결국 교수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무대를 향한 갈증은 이 나이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학 강의를 시작한 지도 벌써 12년째로 접어들었다. 배우는 무대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야 한다. 연극을 가르치는 교수는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꽃으로 피어나도록 길을 열어주고 뒷바라지 하는 막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좋은 시간에 학생들 가르치다 내 나이를 깨닫고 문득 돌아보면 나는 무대에서 저만치 멀어져가 있다. 아직 할 일들이 너무 많은데, 벌써 49살이라는 여자 나이, 아찔하다.

 

결혼은 안한 건가, 못한 건가.
두 가지 다 맞다. 결혼, 남자라는 명사가 가끔 뇌리를 스치기도 한다. 아직 미혼이라서 그런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몫은 오로지 학교와 연극(연기)뿐이다. 방과 후 수업은 물론 휴일도 학생들 지도로 학교에서 학생들과 뒹굴어야 한다. 40대초에 잠깐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역시 내 인생은 남자보다는 연기활동이 더 소중하게 다가와 있었다. 운명으로 생각했다. 일에 파묻혀 살다보니 남자 만나는 데 시간 할애가 더 어려워져 자꾸 결혼문제가 내 꿈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결혼은 안한 것도 같고 못한 것도 같다.


<까미유 끌로델>은 조각가 로뎅의 연인이다. 어떤 역할인가.
유년시절부터의 연극에 대한 꿈이 현실로 이어졌듯이 <까미유 끌로델>과의 만남 역시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오래 전 <까미유 끌로델>을 소설책과 뮤지컬로 만났고 영화로도 보며 언젠가 이 역을 꼭 하고 싶다고 막연한 희망을 품었는데 새해 벽두에 이 작품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50을 앞둔 여자배우로 30년을 맞이 하는 의미있는 해 봄에 이 역을 맡게 되었으니 설레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연기 욕심이 있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로망으로 ‘까미유 끌로델’이 되고 싶어할 것이다. 이 작품의 출연제의는 나한테 갈망과 세포들이 되살아나는 느낌으로 나를 일깨웠다. 잠재되었던 연극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는 작품으로 배우 허윤정을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이 용솟음친다.

 

연극계 선배, 교수로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간은 갈망과 기다림 속에 산다. 자기 의지로 바라는 것을 채우려는 노력을 어느 정도 치열하게 담금질 할 수 있느냐?”가 삶의 핵심일 것이다. 또 연극을 하다보면 지방 공연은 거의 막노동 수준이다. 짐을 쌓다가 풀고, 장거리 이동을 위한 운전과 무대 등을 취급한다는 것이 여자로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공연에 임하는 내 마음은 기다리는 자세로 일관 하게 된다. 어떤 역을 맡았을 때 매순간이 공부와 관찰, 표정과 연기 내면의 연구와 개발은 기본이고, 항상 배우라는 자부심을 잃지 말라는 당부가 될 것이다.

 

올해 안양대학교에서 ‘올해의 교수상’을 받았다는데.
행복하다. 나는 좋아하는 친구, 인간적으로 친하면 누구와도 편하게 소통이 된다. 나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행운아다. 어린 시절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 왔고 아직도 뜨거운 젊은 피를 주체하지 못하는  학생들과의 소통은 내 인생을 너무 행복하게 한다.
그런 중에 2013년도 문화예술대상도 받았지만 안양대학교에서 올해는 올해의 교수상(Best Researcher Award)까지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또 올해는 <까미유 끌로델>의 타이틀롤도 맡아서 마음이 잔뜩 흥분해 있다. 특히 MBC 공채탤런트로 선배이자 동료였던 장보규 씨, 또 어린 시절 함께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한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이인철 선생님과 공연하게 되어 한층 해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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