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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04/28 16:18:15  유이청




[인터뷰] ‘리어의 역’ 40년 연출을 해온 연출가 기국서와 40년 연기를 해온 노배우


극단76단을 40년 동안 이끌어온 기국서 연출가.


【인터뷰365 유이청】 실험극을 주로 무대에 올려온 극단76이 올해로 창단 40년을 맞았다. 그 사이 ‘단’자 하나를 더 붙여 극단76단이 됐다.

1976년 당시 신촌역 맞은편 좁은 골목 지하에서 시작한 극단76단은 배우 기주봉을 비롯해 몇 명 안되는 단원이 창단 공연으로 앙드레 지드 작 ‘탕자 돌아오다’를 올리면서 그 역사를 시작했다.

기주봉의 형 기국서가 연출가로 합류한 것은 1977년 ‘마지막 테이프’부터였다. 이후 영화계의 류승완·승범 형제의 원조 격인 기씨 형제는 아우는 연기를 하고 형은 연출을 하며 극단을 이끌어왔다.

극단76단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을 올리면서부터였다. 무대와 객석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던 당시의 통념을 깨고 배우들이 관객석에 다가거나 관객들에게 물을 뿌리거나 퍼포먼스를 함으로써 화제가 됐다.

이후에도 극단76단은 많은 작품들을 무대에 올렸다. 극단의 상임연출가인 기국서 연출은 거의 매년 작품을 무대에 올려왔으며, 그동안 아우인 기주봉 배우는 영화와 드라마 쪽으로 더 얼굴이 알려지게 됐다.
어느덧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은 극단76단이 이를 기념해 신작 연극 3편을 무대에 올린다. 모두 극단76단 출신의 극작가이자 연출가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것으로, 기국서의 '리어의 역(役, 逆)', 박근형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리고 김낙형의 '붉은 매미' 등이다.


그 첫 번째 문을 여는 기국서 작·연출의 연극 ‘리어의 역(役, 逆)이 지난 27일 하이라이트 시연을 가졌다.
이 연극은 40년 동안 무대에서 리어왕 역을 해온 노배우가 치매에 걸려 무대에서 내려온 후 자신의 배우생활에 대해 인생에 대해 털어놓는 독백으로 시작된다. 노배우는 극장 무대 아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극장의 무대에서는 그 대신 다른 이가 연기하는 ’리어왕‘이 여전히 공연되고 있다. 노배우의 독백이 끝날 때쯤, 그와 함께 30년 동안 ’리어왕‘에서 공연했던 광대가 등장하고 이어 노배우의 세 딸 가운데 첫째와 둘째딸이 찾아온다. 딸들은 치매 증상을 보이는 노배우를 어디로 모실지, 유산은 어떻게 받게 될지가 관심사다.
배우 홍원기가 연기하는 노배우는 여전히 ‘리어왕’ 속의 연기와 관객들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으며 연극의 대사와 현실이 중첩된다. 그리고 또, 노배우의 배우생활 40년은 극단76단의 40주년을 연상시키고 노배우의 혼돈과 푸념은 40년 동안 연극만 해온 기국서 연출의 의중과 오버랩 된다. 시연 후 기국서 연출에게 던진 첫 질문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올해는 셰익스피어 40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창단 40주년 공연이 왜 ‘리어왕’도 ‘햄릿’도 아닌 ‘리어의 역’인가
이 작품을 쓸 때 셰익스피어 400주기는 생각하지 못했다. 연극을 40년 동안 하다 보니 배우가 궁금해졌다. 나이든 배우들의 감회는 어떨까, 나이든 배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어머니가 치매로 돌아가셨는데, 치매는 어떤 현상일까 또다른 세계가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노배우가 치매에 걸린 설정으로 희곡을 썼다. 원래는 ‘리어왕’ 역 배우의 1인극을 하려다가 광대가 들어오고, 거기에 ‘리어왕’ 원작에 있는 세 딸도 등장시켰다.

 

제목 ’리어의 역‘에는 역할[役]도 있지만 거스른다는 역(逆)도 들어있다. 거스른다는 것은 무언가 억울하거나 화가 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본인은 그런 적이 없나
억울한 적은 없고, 맴돈 적은 있다. 그런 세월이 한 2년 계속됐는데, 타개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늘 혼자 있고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됐다. 대학로에 나와도 뭔가 창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술만 먹는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것 같아 산에 다녔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들, 전철에서 힘없이 앉아있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볼 때면 저들은 또 얼마나 맴돌고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것을 써보자 싶었다.

 

극단76단 출신 배우로는 기주봉을 비롯해 윤제문 등 여러 배우들이 있다. 창단 40주년 공연인데 이들을 쓰지 않고 새 배우를 쓴 이유는

극단 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자기 배우들 먼저 챙기게 된다. 이번에는 다들 스케줄이 있어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배우 캐스팅을 할 수 있어 좋았다. 홍원기 배우를 잘 만났고, 김왕근 배우는 기존의 광대 역을 맡은 배우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공연을 며칠 앞두고 후배 연출가 소개로 만났다. 처음 대본을 들고 읽는데, 50%가 바로 광대였다. 마음이 놓였다. 김왕근 배우는 불과 닷새 만에 대사를 다 외웠다.
 
‘리어의 역’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일반 대중에게는 이 연극이 다소 무거울 것도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이다. 일반 대중에게는 어려울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다. 난 흥행사적 기질이 없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연극을 잘 안 보던 고교시절 친구가 이 연극을 보더니 “난 아들 하나만 있는 게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리어와 기국서 연출이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다
배우로서보다 개인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많은 노인들이 표현을 못할 뿐이지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도 지금은 활발하지만 조만간 멍하니 공원에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안 그런가, 하하하.

 

'리어의 역'에서 노배우 역의 홍원기와 광대 역의 김왕근.

 

지난 40년 동안 관객들 취향도 환경도 바뀌었다. 그것에 화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자기 속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한국 극단은 정부 지원금에 많이 의존하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그것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게으르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앞에 줄서 있는데 거기에 같이 줄서는 게 싫다. 나이가 들어 에너지가 부족하기도 하고.

 

예전에 명성이 자자하던 극단들의 현재가 쓸쓸하다. 그들의 연극은 현재 대중에게 와닿지 않는다
그럴 것이다. 나도 시작할 때는 뉴(new)였지만 지금은 올드(old)하다. 요즘 젊은 감각들을 발견하는 대신 클래식에 의존하고 있다. 클래식이 최고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젊은 후배들의 공연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들 때도 있다.

 

극단76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감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힘든 적이 많았다. 힘든다는 게 경제적인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경제적인 것이야 그러려니 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소통이 힘들다. 엇박자가 날 때 힘들고 항상 쫓기는 듯해야 하는 여건이 힘들다. 한국 연극의 70%가 다 그렇다. 쫓기는 것 때문에 여유있게 안되고 졸속으로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고...비참하다. 환경 탓을 하는 건 아니고...환경 탓을 하고 있다. 하하하.

앞으로의 계획은 이 작품을 레퍼토리화하는 것 그리고 코미디 한 편을 쓰는 것이다. 엄청 웃기는 코미디를 쓰고 싶다. 옛날에 생각해 놓은 건 많은데, 젊건 나이가 있건 코미디언 한 사람을 만들어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지만 그건 안되고...

 

동생이 천만 배우 아닌가
하하하.

 

기국서 연출은 “‘리어의 역’이 무거운 면도 있지만 경쾌한 쪽으로 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창단 40주년을 맞는 이번 공연을 통해 되도록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다.


'리어의 역'은 20일부터 5월8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한 뒤 6월1일-5일 게릴라극장에서 이어진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은 5월18일-29일, '붉은 매미'는 6월8일-12일 각각 게릴라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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