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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05/26 11:30:17  유이청




[인터뷰] ‘아가씨’ 박찬욱 감독, “영화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대저택”


'아가씨' 언론시사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


【인터뷰365 유이청】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국내 언론시사를 가졌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칸 현지에서 상영회를 이미 가졌고 현지 반응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터였다.
24일 열린 언론시사회는 지난번 제작보고회만큼이나 많은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모여들어 이 영화를 향한 관심을 입증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먼저 들리고 이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본군들의 행군 그 뒤에 아이들이 따라오는 장면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이 시작은 영화의 주요인물 가운데 가장 먼저 하녀를 등장시킨다.
하녀 숙희가 일본인의 깊고 넓은 대저택으로 들어가면서 영화는 1부, 2부, 3부로 나뉘어 2시간24분의 러닝타임을 이어간다.
1부는 백작(하정우)과 하녀의 모의에 이은 부자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공략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듯하다가 마지막에 반전을 일으킨다. 2부는 히데코를 둘러싼 좀더 내밀한 이야기와 함께 1부의 반전에 대한 반전이 일어나고 물밑에 숨어있던 시선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3부는 게임에서 이긴 자들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고, 진 자들은 죽음으로 과거에 묻힌다.
영국 작가의 소설 ‘핑거 스미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여러 가지 의미와 속내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켜켜이 쌓고 정교하게 조립해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히데코와 숙희의 러브신도 있다.
영화 시사를 끝낸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칸에서) 빈 손으로 돌아왔다”라고 웃으며 “그래도 투자를 해준 분들한테 손해를 안 끼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인사를 했다. 칸영화제에서 수상은 못했지만 176개국에서 상영하게 된 것을 안도하며 하는 말이다.
기자간담회에는 하정우·김민희·조진웅·김태리 등도 함께 참석했지만, 이 영화를 볼 관객들을 위해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 위주로 엮는다.

 

영국 작가의 원작을 고른 이유
원작이 가진 구조적인 특징에 반했다. 한 사건을 다른 눈으로 봤을 때 전혀 다른 의미가 되고 진실을 알고 봤을 때 같은 사람도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한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걸 내가 좋아한다. 특히 원작에서 하녀가 아가씨 이빨을 갈아주는 장면이 좋다. 내가 안 만들어도 누군가가 만들어 줬으면 했다.

 

박 감독이 말하는 원작 속 이 부분은 영화에서 가장 세밀한 떨림을 주는 장면으로 완성됐다. 욕조에 앉아 사탕을 먹던 히데코가 이빨의 날카로운 부분이 찌른다고 하자 숙희가 얇은 쇠철망을 낀 손가락을 아가씨 입안에 넣어 그 부분을 갈아준다. 두 사람의 숨결이 가까워지고 사탕을 든 아가씨 손이 살며시 하녀의 팔꿈치를 만진다.
이런 감정들이 중첩되면서 아가씨와 하녀는 백작을 ‘물 먹이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진다. 영화 속 두 사람의 정사장면은 마치 매끄러운 물고기 두 마리가 유영을 하듯 군더더기 없이 촬영됐다.

 

두 여배우의 정사장면
여배우의 베드신은 아름다운 것은 기본이고, 그 이상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해보고 싶었다. 정사장면 치고 말도 많고, 소리 내 말하지 않아도 행동 자체가 욕망 분출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배려하며 친밀감을 표현했다.
(정사장면에 대해 질문을 받은 김민희는 “콘티에 감독님이 원하는 바가 정확하게 있었고 그것을 표현하려 애썼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속고 속이는 관계
크게 봐서는 하나의 사기다. 그 속에 진실게임도 있고 사랑과 배신도 있다. 네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시선 쇼트, 시점 샷에 신경을 많이 썼다. 세 명의 인물들이 보다가 마주치면 시선을 피하고 상대가 안볼 때 훔쳐보는 등. 하지만 히데코의 이모부인 코우즈키(조진웅)는 그럴 필요도 없다, 코우즈키는 존재 자체가 사기다. 거짓말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극중 코우즈키는 조선인이면서 일본인인 척하고 서재에 온갖 휘귀본을 모아놓고 있다지만 외설소설 낭독회를 열고 위본을 만들어 파는 인물이다.


박 감독이 말하는 ‘낭독회’는 히데코-코우즈키의 관계에 오랫동안 깊이 영향을 미쳐온 일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것이 이모(문소리)인데, 이모는 이모부의 감독 아래 어린 히데코에게 음란소설과 춘화를 보여주며 신체부위를 지칭하는 단어를 가르친다. 그리고 정장을 차려 입은 신사들 앞에서 음란소설을 낭독한다. 그 일은 이모 자살 후 히데코의 일이 된다. 일어가 아니라 우리말 낭독이었다면 듣기 힘들었을 내용이다.

 

짧지만 강렬한 문소리의 등장
문소리와의 작업은 오랜 소원이었다.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영화를 찍을 때 문소리를 캐스팅했으나 마침 임신하게 돼 함께 작업을 못했단다. 이후 박찬경 감독의 ‘만신’에 문소리가 출연했는데 특히 경찰들에 쫓겨 산으로 도망가 자기들끼리 굿을 하는 장면에서 문소리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보고 또 봤다. 이 영화에서 문소리가 조진웅에게 얼굴을 잡히고 휘둘린 다음 모욕감을 티내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책을 보는 장면은 아름답다. 일류 만신처럼 연기했다.

 

영화를 보면, 조진웅의 검은 장갑 낀 손에 얼굴 전체를 휘둘린 후 가까이 다가간 카메라를 향해 창백한 얼굴로 눈을 크게 뜬 문소리를 보면, 박 감독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아가씨' 주연진, 조진웅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영화에서 대저택의 내부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표준 렌즈보다 두 배 가까이 화각이 넓어지는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좌우 공간이 늘어났는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대저택의 공간은 마치 스스로 줌인 줌아웃을 하는 듯 깊이감과 넓이감이 있다. 칸에서 류성희 미술감독이 벌칸상을 준 이유를 알 수 있다.

 

류성희 미술감독과의 작업
이 영화에서 저택은 중요하다. 다섯번째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선식, 일식, 양식이 뒤섞여 있어 이질감을 표현할 때는 이질감을 화합이 필요할 때는 또 화합을 표현한다. 특히 서재를 향하는 비탈진 복도, 그 끝의 다다미방에 연미복을 입은 코우즈키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것은 식민지시대 상류계급의 내면이 무엇인지를 표현한다.
칸영화제에서 영상 및 소리 전문가들이 주는 상인 벌칸상을 미술감독이 수상한 것은 10여년 만의 일이다, 이 상은 류 감독이 영화미술 경력을 시작할 때부터 꿈이기도 했다. 이번 수상은 이 작품뿐만 아니라 류 감독 경력에 대한 인정이라고 본다. 물론 내 아이디어도 조금 들어갔지만, 하하.

 

영화를 보면서 1부에서 백작과 하녀의 시선, 2부에서 아가씨의 시선이 이어지면서 3부는 이모부인 코우즈키의 시선으로 뭔가가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영화 속 코우즈키는 강렬한 인물이다. 하지만 혹시 많이 찍어 편집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분량이 적다.

 

조진웅이 등장하는 장면
조진웅 분량은 편집된 것이 없고 시나리오대로 찍었다. 영화 초반에는 별로 등장하지 않고 말로만 전해지는 인물인데 마지막에 큰 역할을 한다. 조진웅이 하정우 손가락을 자르는 장면은 직접 잘리는 것을 보여주지도 않고, 내 영화 치고는 얌전한 편이다. 영화에서는 아가씨가 백작을 이모부에게 선물로 보내는 장면이 가장 잔인한 것 같다.

 

조진웅은 칸에서 ‘코우즈키 번외편’을 얘기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마 코우즈키가 보여준 악마성, 잔인함 등이 박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연출역량에 의해 보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하정우와 조진웅이 일으키는 찰나의 화학작용(조진웅의 산발한 머리와 더듬거리는 말투, 하정우의 순간 눈빛)을 보면 더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에 대해 “칸 버전보다 많이 개선됐으며 후반작업에 공을 들인 영화”라고 했다.
그 말대로 영화 ‘아가씨’는 그의 영화 중 가장 세심하고 정성스럽다. 그동안 박찬욱 영화에서는 야(野)하고 거칠고, 뭔가 훅 치고 들어오는 게 있었다. 이같은 훅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낯설지, 아니면 떫지만 강렬한 맛의 감이 농익은 홍시가 된 듯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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