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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06/22 10:05:52  육홍타




[AS인터뷰] 무협작가 좌백 연재 중단 1년 "지금은 시동 걸리지 않는 오토바이 상태...‘구대검파’가 가장 급한데...“


지난해 '대도오' 출간 20주년 모임에서 기념으로 받은 커리커처를 들고 있는 좌백. 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육홍타】무협작가 좌백이 인터뷰365와 인터뷰(2009년 9월28일)를 하면서 ‘대도오’ 속편을 쓰겠다고 한 지 7년이 지났다.
그후 정말 ‘흑풍도하’라는 제목으로 ‘대도오’ 속편의 연재를 시작했고, ‘소림쌍괴’를 냈고, 연재 중단 상태였던 ‘천마군림’과 ‘구대검파’를 재개하고, 신작인 ‘하급무사’ 연작을 시작해서 첫 편인 ‘하급무사’를 마치고 ‘중급무사’까지 승진도 시키는 등 몇 년간 독자들을 즐겁게 했다.
그런데 그것도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동시에 두세 작품을 연재하던 그 패기는 간데없고 다시 모든 연재가 끊어진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간다. 평택으로 이주해서 칩거중인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인터뷰이의 근황은 ‘인터뷰이 나우’로 다루고 있으나 내용 및 길이감으로 볼 때 인터뷰이 나우 섹션에 넣기는 넘치는 기사라서 ‘AS(After Service)인터뷰’라는 별칭을 달아봤다-편집자 주)


연재 중단의 이유를 겸해서, 그 동안의 상황을 좀 들려주시지요.
이 질문은 어렵다기보다는 대답하기 난감하다는 느낌인데, 어째 제 작가인생을 돌이켜보게 되는 질문이라서입니다. 일은 마구 벌려놓고 마무리를 제대로 못하고 질질 끈 적이 그간 얼마나 많았던지요. 재미있어 보이면 뒷생각 안 하고 시작했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거들떠보기도 싫어하는 제 변덕스럽고 성실하지 못한 성격이 그런 삶의 궁극적인 원인이고 반성해야 할 지점이겠네요.
한편으로는 ‘작가라는 직업의 많지 않은 장점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동과 유희의 통일’이라는 평소의 소신에 비추어 생각하면 재미가 독자에게뿐만이 아니라 작가에게도 글쓰기의 근본적인 동력이 되어야 마땅하며, 그러니 어떤 이야기가, 때로는 글쓰기 자체가 재미없어지면 다시 재미있어질 때까지 쉬는 것은 작가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독자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책임지기...라고 변명하면 지나친 거...겠죠? 그러니까 쓰는 재미가 없이 일정에 쫓겨 억지로 쓰면 그 결과도 재미있을 리 없고, 그건 차라리 안 쓰느니만 못하다...라는 논리인데, 제가 생각해도 궁색한 변명이군요. 감히 낯 들고 이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용기도 없고. 하지만 달리 생각나는 변명도 없으니 난감하네요.
그냥 어느 날부터 글이 안 써졌고, 써보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여전히 안 되다가, 지병으로 인해 장기간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고, 석 달간의 치료 끝에 작업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글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림 없이 고백하는 진실입니다. 몇 번을 밟아도 소리만 낼 뿐 시동이 걸리지 않는 오토바이 같은 상태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쓰려는 노력은 포기하지 않고 있으니 오늘은, 어쩌면 내일은 다시 시동을 걸고 달릴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건강 문제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휴재 사유도 작가의 건강 문제라고 올라오곤 했구요.
완치는 없고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수밖에 없는데 합병증이 생기면 치료가 매우 더딘... 무슨 병인지 금세 알만한 병이죠? 그런 지병이 있습니다. 작년말쯤부터 합병증으로 장기간 입원을 해야 했는데, 병실에서라도 글을 쓰고 싶었지만 뜻대로 잘 안 되더군요.
퇴원했지만 여전히 거동은 불편한 상태입니다. 몇 년 전 술을 끊은 이후 독서와 산책 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었는데 이젠 산책도 쉽지 않게 됐네요.
이런 게 아주 나쁜 일인 것만은 아닌 게... 몇 년 전 장애인협회로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는 단편무협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은 일이 있는데, 아마도 외팔이 왕우나 맹인검객 이야기 같은 것을 기대하셨겠지만 그때의 저는 장애라는 것이 갖는 불편함과 의미, 그것이 인생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크기 같은 것을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이라고 물렸던 일이 있습니다. 요즘 와서야 그런 것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겠다 싶은 경험들을 하고 있어서 어쩌면 좀더 고민하고 공부하면 2~3년 후쯤에는 그런 소설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니 건강의 난조와 그 후유증으로 인한 불편함도 작가로서의 제 삶에는 계기가 되고 공부가 되는 듯하니 그저 나쁜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합니다.

 

중국에 머물며 글을 쓴다는 계획도 하셨었는데.
중국에서 오래 지내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한수오 작가를 찾아가 잠시 신세를 지면서 세상 잡사와 단절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한편으로는 한수오 작가의 꾸준함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해 중국으로 건너갔었지요. 규칙적인 생활과 글쓰기를 하루 일과의 중심에 두는 시간관리 등 배울 점이 많았고, 저도 흉내를 내볼까 하던 찰나에 병이 생겨 급거 귀국하고 말았습니다. 귀국한 다음날 바로 수술, 장기간 입원이라는 연타를 맞아 배운 것을 실행해볼 기회를 날려버렸고요. 퇴원했으니 이제라도 시도해 봐야겠지요.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과 태도가 문제라는 걸 배운 유익한 중국 경험이었습니다.

 

퇴원 직후 좌백의 모습. 사진=인터뷰365

 

A작가와의 표절 시비도 장르문단의 화제였는데, 경과를 좀...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해 대충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는데... 지난해 언젠가(사실은 지지난 해인 2014년 11월임-인터뷰어 주) A작가가 연재중인 작품이 제 소설 ‘비적유성탄’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A작가와는 모르는 사이가 아니고, 2천년대가 오기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니 세어보면 15년이 넘는 교분이 있었는데, 무척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나 연재공간을 만들어주고 운영하는 업체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해서 매니지먼트 회사와 상의한 끝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기로 했습니다.
몇 번의 재판 끝에 형사고소는 A작가에게 벌금 200만원을 물리는 것으로, 민사소송은 역시 A작가에게 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책임지우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고, 양측에서 이의제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올 2월 모든 절차가 끝났습니다.

 

판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작가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일은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일어났고, 남들에게 알려졌다는 부분에서 이미 처벌이 이뤄지는, 일종의 명예형이 판결과 관계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와 소속사 디콘 E&M은 A작가의 책임과 동등한 비중으로 연재공간을 운영 중인 업체의 책임도 물었었는데요, 과거처럼 종이책이 출간되기 전에 먼저 연재부터 하고, 분량이 되면 e북으로 단권판매도 하는 이상 연재업체가 과거의 종이책 출판사와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는 개인적으로 장르판은 이미 인터넷 연재업체가 초창기처럼 물건을 받아 진열하고 판매하는 상점의 역할을 넘어서서 작가와 더불어 출판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업체의 책임을 명확히 해두고 싶었습니다.
인터넷 연재업체가 이제는 물건을 팔고 수익을 배분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기획에서부터 수정, 그리고 교정과 피드백, 나아가 표절을 비롯한 법적 책임까지 같이 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이죠.
이번 재판의 판결은 작가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을 지웠을 뿐 연재업체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런 제 생각과는 다른 결론이 난 셈이 되었습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될 것이고, 되어야 한다고 믿고는 있습니다만 그때까지 연재업체는 물건을 받아 판매하는 상점의 역할에 그칠 것 같으니 말입니다.
표절 및 작품으로 인한 명예훼손 등등의 문제를 연재업체가 모두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방법적으로도 어렵고요. 하지만 그 책임의 일부라도 나누어지는 것이 기존의 출판사가 유명무실하게 된 지금의 창작, 유통환경에서 그 역할을 대신할 주체로 연재업체(전자책 업체라고 해도 좋겠죠)가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건 몇 년은 더 늦어질 것 같군요.

 

표절 시비는 심심치 않게 터지곤 하는데요.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세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길어질 것 같아서 요점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첫째, 법을 기준으로 했을 때 표절은 표현의 절도라고 흔히 해석되는 것처럼 눈에 보이고, 따라서 판정이 쉬운 표현만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이건 표현의 절도보다 아이디어의 절도를 더 안 좋게 보는 일반의 기준과는 괴리가 있죠. 나아가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더라도 작가 자신은 모를 수 없고, 법적 처벌과 달리 끝나지 않는 가책의 형벌을 지우는 작가적 양심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어떤 경우에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겠죠.


둘째, 장르판에서는 표절이 과거 광범위하게 행해졌고, 지금도 표절의 유혹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용납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이른바 클리세라 부르는 장르글쓰기의 기법이 그런 것이죠. 또 한편으로 보통 외국의 것을 번역하는 데에서 장르가 시작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흉내내기란 문자 그대로 창조의 어머니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창작무협 초창기에는 중국무협을 흉내내고, 기존의 중국무협에서 이름과 설정, 장면들을 가져와 쓰는 것이 열심히 공부한 증거고, 제대로 무협분위기를 내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었다는 것이죠.


셋째, 장르소설가들은 순문학을 하는 이들과는 달리 습작이라는 과정을 생략하거나 그 과정 중에 작품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적으로 순문학을 하는 이들이 습작과정에서 시도하고, 졸업해버린 정전(正典)의 모방이라는 것을 뒤늦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우고 싶어하고 닮고 싶어하는 작가의 작품을 베껴 쓰는 훈련 말입니다. 수련으로서는 좋은 방식이고, 자주 권장되기도 하는 것이지만 이게 그대로 세상에 나오게 되면 영락없이 표절이 되는데, 이런 경우를 장르판에서는 흔히 봅니다. 주의해야 할 일이지요.


마지막으로, 제 소설이 표절의 대상이 된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은 것은 처음입니다. 이전에는 위 둘째와 셋째에 해당되는 경우들이었거든요. 제가 처음으로 시도한 어떤 모티브, 장면을 흉내내는 건 좋게 보면 오마쥬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노골적인 표절이라고 해도 그 행위자가 후배작가, 특히 제가 보기엔 습작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의 작가라면 몇 마디 충고를 해주고 넘어간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지요.

 

'대도오' 출간 20주년 기념 모임에서 인삿말을 하는 좌백과 20주년 기념패. 사진=인터뷰365

 

작품 얘기를 해 보죠. 지금 미완인 상태로 연재 중단된 것이 네 편입니다. 앞으로 집필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나요? 어느 작품부터 볼 수 있을까요? 또, 언제부터 볼 수 있을까요?
아픈 이야기군요. (뜨끔뜨끔)
현재로서는 ‘구대검파’가 제일 급합니다. 소송문제가 얽혀있어서 중단하긴 했지만 ‘구대검파’는 그쪽과 단독계약이 되어있는 것이라 언젠가는 끝내야 하고, 되도록 빨리 끝내야 하는 거거든요. 하지만 현재까지 전개된 내용으로 보면 기존의 무협스토리로 쳤을 때 도입부에 불과한 듯해 보이니 문제가 되네요. 원래 그렇게 끝내려고 한대로 써서 끝내도 급하게 끝냈다는 비난이 들릴 게 뻔하다는 이야긴데, 뭐 제가 그런 욕 한두 번 먹나요. 처음 생각한 대로 끝낼 생각입니다.
그 다음은 ‘흑풍도하’, 그리고 ‘중급무사’, 마지막으로 ‘천마군림’은 ‘하급무사’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시리즈가 끝난 뒤에나 손을 댈 수 있겠네요. ‘천마군림’ 2부에서 저 스스로 말아먹으며 입은 내상을 치유하고 다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다행(?)이랄까요.

 

‘소림쌍괴’ 이후 이 두 승려의 모험담이 ‘소림쌍괴의 난’이라고 해서 무림에 널리 영향을 미쳤다는 설정이 다른 작품에 나오게 됩니다. 또, ‘구대검파’에는 ‘하급무사’의 주인공 장천과 동일인물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고요. 심지어 ‘야광충’이 사용했다는 무기들이 나오기도 하지요.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한데요. 어떤 의도가 있는 건지...?
‘소림쌍괴’에서 시작해 ‘구대검파’와 ‘하급무사’ 등은 오래 전, 그러니까 20년이 약간 안 된 오래전에 ‘구룡쟁패’라는 이야기로 구상한 큰 드라마의 일부분들입니다. 아시다시피 게임으로도 나왔지요. 무림이 난세에 접어들었을 때 각각의 출신배경과 성격,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 무엇보다 강해지는, 그러니까 고수가 되는 방식이 각각 다른 아홉 명의 영웅이 벌이는 일대 쟁패극...이라는 것이 시나리오의 원 형태인데요. 그런 원형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하나씩 새 캐릭터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현재 등장한 것은 ‘구대검파’의 주인공인 천하제일검객 무당 능운자와 천하제일권사 철권 군유명뿐이군요. ‘소림쌍괴’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고. (알고 보면 두 노승이 벌인 일의 후과가 장난이 아니네요.)


(작품을 제외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글쓰기 외에 별다른 계획이라고 할 게... 아, 하나 있네요. 오래전부터 말로만 해오던 무협도서관 건립을 이제 구체적인 목표와 그걸 달성하기 위한 중간과제를 설정해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될지 안될지, 하면 어떻게 할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앞으로 십 년을 보고 해볼 참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관련기사; 2009년 좌백 인터뷰
전설적인 무협지 ‘대도오’ 속편으로 돌아온 무협작가 좌백 http://interview365.mk.co.kr/news/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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