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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1/11 15:35:10  김다인




[시네세이] 가족-떠나왔으나 돌아갈 곳은 아닌, 자비에 돌란 감독 ‘단지 세상의 끝’


'단지 세상의 끝' 촬영현장에서 마리옹 꼬띠아르, 자비에 돌란 감독, 나탈리 베이.

 

【인터뷰365 김다인】28세 감독 자비에 돌란의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을 보면 프랑스가 왜 그를 아끼는지를 알 수 있다. 


자비에 돌란은 프랑스 고전영화의 오래된 특징-철학적이고 관념적인 그러나 지루해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특징에서 지루함을 없애 버린 감독이다. 프랑스 영화의 전통을 따르면서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는 것이 그다.


‘단지 세상의 끝’에서 파리에 살고 있던 유명 작가 루이는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12년 만에 가족을 만나러 간다. 그가 가는 길에 깔리는 음악은 “집은 항구가 아니야, 집은 장의차가 아니야, 집은 마음을 다치는 곳”이라는 가사로 되어있어 그의 귀향길이 따뜻하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


하지만 루이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죽음에 대한 불안감 등을 털어놓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12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어도, 가족이니까.


그가 온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화장을 하고 음식을 만든다. 그 곁에는 형 앙트완과 형수 카트린 그리고 여동생 쉬잔이 있다.
하지만 그를 맞을 가족들은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루이가 연락을 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직접 온 것에 대한 불만부터 시작해 그동안 묻어 놓았던 루이에 대한 서운함, 가족 각자가 닥쳐있는 문제 등이 봇불터지듯 쏟아진다.


여동생 쉬잔은 루이에 대한 환상과 기대로 들떠있어 “오빠를 잘 모르지만 동경한다”고 하고 형 앙트완은 가족을 떠나 혼자 성공한 루이가 마땅치 않다. 형수인 카트린은 앙트완과 사이가 좋지 않다. 어머니가 “왜 온 거니”라고 묻지만 답을 들을 겨를은 없다. 대신 형수, 동생에게 용기를 주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다만 기미를 알아챈 카트린이 ”시간이 얼마나 있으세요“라고 묻지만 루이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다.


가족들의 언쟁과 얘기 속에 루이의 과거도 드러난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그의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려 하지 않는다. 루이는 결국 식사 한 끼를 같이 하고 집을 떠난다. 마지막까지도 가족들은 루이를 데려다주는 문제로 서로 다툴 뿐이다. 극중 어머니는 “난 널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랑해”라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루이에게는 사랑보다 이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결국 루이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보다는 가족이 듣기 원하는 말들을 한다. “앞으로 더 자주 올게요, 편지도 자주 할게요.” 그 혼자만 알고 있는 거짓말이다.

 

나탈리 베이, 레아 세이두와 촬영 장면을 논의하는 자비에 돌란 감독.


이 영화는 프랑스 극작가 장 뤽 라갸르스 희곡을 자비에 돌란이 재해석해 만든 것이다.


행동보다는 말과 표정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프랑스 영화계에서 인정받는 배우들이 연기한다. 루이 역의 가스파르 울리엘을 비롯해 뱅상 카셀,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나탈리 베이 등이 얼굴을 뚫고 지나갈 듯한 클로즈업 상태에서 연기를 한다. 극중 인물 가운데 그나마 감정적인 쉼표를 찍는 것은 카트린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인데, 이 배우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보다는 역시 프랑스 영화에서 그 느낌이 제대로 살아난다.


그리고 이들의 연기를 물샐틈 없이 이끌고 가는 것은 자비에 돌란의 집중력이다. 이처럼 많은 대사로 이뤄진 영화로는 뉴요커 우디 앨런의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디 앨런의 대사들이 종이에 베인 것처럼 즉각적이고 시니컬한 반면 자비에 돌란 영화의 대사들은 명치 끝을 쑤시는 것처럼 피하기 힘든 통증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은 새 한 마리가 은유한다. 떠날 시각을 알리는 뻐꾸기시계가 울자, 새 한 마리가 방안을 날아다닌다. 루이가 집을 나서자 카펫 위에는 떨어진 새가 숨을 몰아쉬고 있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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