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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본365
  홍석천·이승연·장미희 드라마 복귀와 김수현 작가
인터뷰365  2011/06/23 13:16:29 [조회 : 9094]

조선일보 l 서일호기자 [2009-09-15 04:09]

개그맨 김영철과 서일호 기자의 스타 메신저

영철: ‘사랑과 야망’, ‘청춘의 덫’, ‘완전한 사랑’, ‘겨울새’, ‘부모님 전상서’, ‘불꽃’, ‘목욕탕 집 남자들’, ‘내 사랑 누굴까?’, ‘내 남자의 여자’, ‘엄마가 뿔났다’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시고 있는 김수현 작가님을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겠죠?

일호: SBS에서는 드라마 ‘떼루아’ 종영 이후 김수현 작가의 ‘홍소장의 가을’, ‘은사시나무’를 편성했지. 2004년 SBS 창사특집으로 방송된 작품이야. 이는 MBC ‘에덴의 동쪽’의 4회 연장을 의식해서 한 편성이라고 여겨지고 있어. SBS 50부작 ‘자명고’에게 숨 고를 시간을 주려는 거지. 5년 전 드라마까지 다시 트는 걸 보면 김수현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영철: ‘김수현 사단’이라는 말까지 생겼잖아요? 윤여정, 김혜자, 이순재, 정혜선, 김희애씨 등이 대표주자죠. 저는 운좋게도 김수현 선생님의 ‘부모님 전상서’라는 드라마를 할 수 있었어요. 저는 김수현 사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아주 귀한 경험이었어요. 연장 방송을 포함해서 한 10개월 동안 주말 연속극을 했어요. 매주 목요일에 2시간 가량 대본 연습을 했죠. 직접 쓰신 대본을 확인하고 연기 지도를 해주셨어요. 대본을 보면 대사를 쉬는 점의 개수도 달라요. 이를테면 “난 당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와 “난... 당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는 확연히 다른 거라면서 “내가 점까지 찍어가면서 대본을 쓰는데 다 이유가 있어”라시며 점까지 신경 써서 연기해 달라고 하셨죠. “난 극중의 너희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쓰는 것이니 하나하나 안 이쁜 캐릭터가 없다”고도 하셨고요. 저에게는 “영철아, 니네 친구들끼리 어떻게 얘기하니?” 물으시길래 “우리요? 이렇게 저렇게 막 하죠?”라고 했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그래, 연기는 그거야. 그렇게 말 하듯이 해”라고 하셨죠. 사실 그 한 마디로 제게 많은 연기 변화가 생겼어요.

일호: 김수현씨는 1968년 MBC 개국 7주년 라디오 연속극 공모상에서 ‘그 해 겨울의 우화’(방송 제목은 ‘저 눈밭에 사슴이’)로 입상을 하면서 데뷔했으니 이미 40년이 넘었고 대본의 깊이가 그만큼 깊어진 거지. 영화도 ‘내가 버린 여자’ ‘청춘의 덫’ ‘어미 등이 흥행에 성공했어. 2002년 ‘미워도 다시한번 2002’를 마지막으로 TV에만 전념하고 있지.

영화 데뷔작도 ‘저 눈밭에 사슴이’이야. 신영균, 최은희, 윤정희 등이 주연을 맡았고, ‘미워도 다시 한 번’ 등으로 유명한 정소영 감독이 연출했어. 1969년 6월 11일 국도극장에서 개봉됐고. 김수현씨는 시나리오 작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했지.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31편이야. 시나리오를 쓴 게 22편이고 나머지는 드라마, 소설 등이 원작이지.

영철: 김수현 작가님과 작업할 때 저는 현장에 일찍 나갔어요. 어르신들과 일할 때는 일찍 나가는 게 좋아요. 커피도 한 잔씩 뽑아드리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귀엽게 굴면 금방 어르신들이 예뻐하죠. 하루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탤런트 정준이 "형, 형이 선생님께 말을 먼저 거는 거야? 아니면 선생님께서 형한테 질문해?"라고 묻길래 제가 “글쎄, 반반? 서로 질문하고 그러는데, 왜?" 그랬더니 정준은 "아, 형. 우리는 선생님한테 말 한 번도 안 걸어봐서"라고 하는 거에요. 나중에 선생님께서도 저희들에게 "야, 니네들 내가 어렵니?"라고 물었고 저만 "아니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호: 지난 2월14일에는 김수현 영화데뷔 40주년 특별전 대담 ‘김수현을 말하다’가 열렸어.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 특성은 바로 가족”이라고 했지. 잃어버린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 등이 대가족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했어. 김수현 작가는 실제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대가족을 극 속에 넣어놓고 이를 은연 중에 강조한다는 거야.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우리가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하는 안식처로서의 가족에 시청자들도 공감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는 거지. 김수현 작가의 극에는 유난히 밥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밥과 집이 가진 힘이라는 것은 분명 주목해야 한다는 거야.

영철: 맞아요. 밥 먹다가 다 일어나죠. 싸우고 얼르고 달래고.

일호: ‘겨울새’를 쓴 이금주 작가는 “김수현 작가는 작품 속에 대가족을 삽입해 그 문제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속의 배려나 예의 등 대가족 제도의 장점을 그려내 보고자 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부셔버릴 거야’라는 대사는 창작행위 중 좀 더 적확한 표현을 골라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김수현만의 화법, 어법, 드라마의 색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어. 그건 타고난 것이고.

영철: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작가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예전에 ‘작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작가 초년기에 대본을 봤대요. 지문을 굉장히 중시 하셨다고요. 예전 ‘부모님 전상서’ 할 때도 엄마랑 딸이랑 그냥 하는 대화였는데 (눈물 한 방울 흐르는: 만약 안 흐를 땐 안약 써도 좋아요)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반드시 울어줬으면 하는 거였겠죠?

일호: 영화 ‘어미’의 박철수 감독은 김수현 작가가 대종상을 받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대. 영상언어는 드라마와 달리 압축돼 있기 때문에 김수현 작가가 쓴 많은 글들을 그대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시나리오와 연출의 갭 때문에 뿔난 적이 있다는 거야.

박 감독은 1985년 영화사 황기성사단의 창립 작품 ‘어미’를 의뢰 받으면서 김수현 작가와 연연을 맺었지. MBC ‘베스트극장’에 출연했던 윤여정의 소개로 김수현 작가를 알았고 김 작가는 ‘어미’의 시나리오 작업을 흔쾌히 승낙했다고. 대종상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했지만 자신은 김수현 작가에게 형편없는 감독이 되고 말았다고. 시나리오와 영화가 거리가 먼 영화가 되었기 때문에 말이야. 김 작가는 각본상 수상자로 선정이 됐는데 수상을 거부했다는 거야. 수상 거부 이후로 김수현 작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다만 박 감독은 거실과 통하는 주방으로 햇살이 비껴 떨어지는 가운데 왼손에 담배를, 오른손으로는 가스 불을 조절하며 음식이 알맞게 익을 때까지 레인지 앞을 떠나지 않고 찬찬이 생각에 잠긴 채 오래도록 서있는 김수현 작가의 뒷모습이 근사했다고 기억했어.

영철: 저는 김수현 작가님이 리메이크를 그 시대에 맞춰서 다시 할 때 보면 참 대단하세요. 또 안 된 드라마도 거의 없잖아요. 그리고 우리에게 항상 부탁하죠. 내 드라마는 다 주인공이다. 조역도 단역도 다 보이게 하는 장점을 지닌 작가죠. 한 번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모님 전상서’ 회식 때였어요. 선생님은 “내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는 이유는 곰곰히 생각해보니 욕 하려고 보다 보니 8회가 되고 10회가 되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보는 거 같아”라고 하시는 거예요. 왜 우리가 뭐 할 때 좀 한 번 씹어볼까? 하면서 빠져들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연애 이야기는 쉽다. 이틀밤만 세우면 16부작을 쓸 수 있다. 가족 드라마 쓰는 게 쉽지가 않아”라며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에 대한 캐릭터를 배려해서 쓴 ‘부모님 전상서’같은 드라마는 잔잔한 드라마이다 보니 고생한 만큼 보람도 있으셨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 작품 하나만 해서 그런가요? 그 자리에선 이 작품이 제일 애착 간다고 그러시던데. 다른 작품 회식 때도 그러셨겠죠? 하긴 작품이 한둘이어야죠?

일호: 배우 김상중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는 특히 대가사 많은 사람을 일컬어 ‘오늘은 누가 계탔냐’고 이야기할 정도로 모든 인물이 살아있고 설득력이 있다고 했어. 대사 중 ‘아’냐 ‘어’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정말 대본 그대로 대사를 해야 한다고도 했지. 김수현 작가는 배우의 왼쪽 모습과 오른쪽 모습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까지 관찰해 대본에 반영하는 사람이라고. 시대와 호흡을 하고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거야. ‘목욕탕집 남자들’로 인연을 맺었는데 카메오로 출연하는 줄 알고 갔더니 대사가 세 장을 넘어가더라는 거지. 작은 역도 소홀히 하지 않는 분이라는 거야. 김수현 작가는 자신의 삼의 궤적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를 쓰는 작가라고. 김수현에게 너무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 없이 잘 따라가면 된다고 했어.

영철: ‘부모님 전상서’ 할 때도 한 분이 "내가 갔다고" 그랬더니 "내가 갔었다고"로 돼있다고 지적하셨고. 그리고 또 한 분이 "내가 제이일루다 좋은 명주 이불 골라놨어" 그랬더니 "제일은 단음이야. 그냥 제일로 해. 내가 정말 강조 해야 되는 상황이면 그 때 제에에에에에일로 라고 써 줄게"라고 하셨어요. 국문학 전공이라는 걸 그 때 알았어요.

일호: 2월 22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영화 24편과 TV드라마 3편을 상영했어. 정소영 감독의 작품이 11편, 김기 감독이 4편, 박철수, 이두용, 변장호 감독이 각각 2편, 선우완, 조문지 감독이 각각 1편이야. 남녀 주인공은 이영하, 유지인이 각 6편으로 가장 많았어.

영철: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주역이시죠. 그래서 1등은 괜히 1등이 아니겠죠? 이유는 반드시 있겠죠. 대본 연습에 대본 늦은 적 단 한 번도 없으셨고요. 일명 당일날 나오는 ‘쪽대본’ 본 적 없고 항상 2주전에 대본 받아서 연습하고 녹화는 1주일 전에 했고요.

그리고 사람들을 잘 보듬어 주시는 것 같아요. ‘커밍아웃’을 했던 홍석천 선배에게는 ‘완전한 사랑’이라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다시 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죠. 이승연 선배에게 는 역시 같은 드라마에 김희애, 차인표씨와 함께 삼각관계 연기를 하면서 브라운관에 나오게 해주셨어요. 최근 ‘엄마가 뿔났다’로는 장미희씨가 컴백을 했죠. 장미희씨는 이 작품으로CF 등에서도 종횡무진. 김수현 작가님도 뿌듯하시겠죠?

일호: 최근 조선일보 설문조사에서 1980년대 이후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김수현씨가 뽑혔지. 2위는 김정수 작가, 3위는 최완규 작가, 4위는 노희경 작가, 5위는 송지나 작가였어.

영철: 사람들이 너무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김수현 작가님. ‘부모님 전상서’때 이동욱과 저는 몰래 뒤에서 "수현이 누나라고 부르면 내가 100만원 줄게“라며 서로 장난치고 놀았는데 김보연 선배님의 고자질로 일이 좀 커졌어요. 회식 때 김수현 작가님께서는 “동욱아, 영철아, 누나랑 술 마시니깐 좋아?”라고 해서 회식 분위기가 한바탕 웃음 바다가 됐죠.

또 ‘부모님 전상서’ 시청률이 잘 나와서 괌으로 단체 여행 갔어요. 김수현 선생님께서는 모두 다 있는데, 김희애 누나도 앞에 있는데 "영철아, 희애 흉내 한 번 내봐"라며 같이 웃자고 했던 일이 기억나요. 우리끼리 돈 모아서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펜이랑 노트 사 드렸던 일도 기억나고.

연기 못 한다고 기죽어 있던 제 뒤에 슬쩍 와서 "잘 하고 있어. 못 하지는 않아. 고향 경상도니? 왜 이제 말하니?” 하시면서 18회 부터 경상도 사투리로 바꿔 주셨던 선생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함께 세 보이기만 하신 겉모습과는 달리 이면에 따뜻한 어머님 모습을 가지신 김수현 선생님 보고 싶어요.

[인용된 기사]
방송작가 김수현이 대종상을 거부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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